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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한국산 '호랑이감독', 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9-24 16:21


◇태국 국가대표 볼링팀을 이끌고 있는 김의영 감독(맨 오른쪽)이 23일 안양 호계체육관 볼링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안양=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선수들은 저 싫어할거에요. 그래도 제겐 자식같죠."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사실상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주역이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가 금메달을 따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몇몇 종목에서는 강세를 보인다. 볼링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동남아권 국가가 강했다. 하지만 태국은 '볼링 강국'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볼링에서 태국의 이번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 나왔다. 지난 23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개인전 부문에서 금메달은 물론 동메달까지 태국이 휩쓸었다. 라릅 아파랏 야나퐁이 평균 219.83(총점 131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쿠낙손 시시폴이 평균 216.50점(총점 1299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그런데 태국의 이런 놀라운 선전을 이끈 주역이 바로 한국인 감독이었다. 워낙에 엄격한 지도법으로 태국 선수들에게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린 장본인은 김의영(57) 감독이다. 그는 이번 대회가 열리기 불과 한 달반 전에 태국 사령탑을 맡아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사실 김 감독은 태국 볼링과의 인연이 깊다. '태국 볼링의 아버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02년부터 무려 11년간 태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야나퐁과 동메달리스트 시시폴은 김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발굴해 조련해 온 '김의영의 아이들'이다.

태국에서 오랫동안 볼링을 지도하던 김 감독은 11년의 태국 감독 생활을 잠시 정리하고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새로운 지도자 이력을 써내려갔다. 그런데 대회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8월에 갑자기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김 감독은 잠시 실의에 빠졌지만,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 어린 선수들을 새롭게 이끌게 됐다.

김 감독은 "태국 선수들의 기량 자체는 한국 선수 못지 않았어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한국 선수들에 비해 정신력과 승부욕이 약했죠. 그걸 끌어올리기 위해 엄격하게 선수들을 가르쳤어요. 그래서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다들 저를 무서워하고, 싫어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제겐 언제나 자식같은 녀석들이죠"라며 태국과의 인연을 전했다.

이번 남자 볼링 금메달은 태국의 첫 금메달이기도 했지만, 김 감독에게도 같한 금메달이다. 지금까지 지도자로서 각종 청소년 대회와 세계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이기 때문. 김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태국 선수들을 이끌면서 늘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컸죠.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내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냈으니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이제 남은 종목에서도 또 다른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그는 "비록 남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여전히 가장 두려운 상대입니다. 앞으로 한국 선수들이 분명 뛰어난 성적을 낼 거에요. 물론 저도 우리 아이들(태국 대표팀)을 이끌고 좋은 승부를 펼쳐야죠"라며 한국과 태국의 선전을 함께 기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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