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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이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닷새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불평, 불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시작은 19일 개막식부터였다. 개막식 관람객 수송을 위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쪽으로 셔틀버스 라인이 총동원됐다. 다음날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스케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 조치였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선수촌까지 태워줄 셔틀버스를 기약없이 기다려야 했다. 2시간 넘게 오지않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각 협회관계자들이 개인차량을 동원해 선수들을 나르는 촌극이 빚어졌다.
사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6일간 아시아의 하늘을 밝혀야할 성화가 20일 오후 11시38분부터 12분간 꺼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21일 배드민턴이 열리는 계양체육관에선 전기과부하로 정전사태가 빚어졌다.
선수들은 배드민턴장의 에어컨 바람이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항의했다. 일본 언론은 주최측의 '바람조작설'까지 제기했다. 조직위는 "온도차에 의한 대류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우슈경기장에선 발권기 장애로 티켓 발행에 애를 먹었다. '도깨비 티켓'도 문제가 됐다. 21일 인천아시안게임 최대 빅매치로 꼽힌 박태환의 남자자유형 200m 경기가 열린 박태환문학경기장에는 빈자리가 제법 눈에 띄었다. 표를 구하지 못해 목을 매는 수영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데, 현장에는 자리가 남아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기본 소양교육도 문제다. 한 외신 기자는 "현장의 안전요원, 자원봉사자들이 본분을 망각한 채 믹스트존을 지나가는 예쁜 선수에게 사인요청, 사진촬영을 하더라"며 비꼬았다.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다. 각계 각층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의 한시적 조직이라서 그런지 응집력도, 책임감도 없다. 모든 시스템이 기계적이고 사무적이다. 실무자에게 불편한 점을 말하면 '윗사람' 탓을 하고 '윗사람'에게 말하면 다시 '실무자'를 찾는다. 인천아시안게임 가이드북에 수많은 부처와 담당자들이 있지만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택시기사들은 민심의 단면이다.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을 응원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인천시내 택시에 각국 국기를 달도록 배포했다. 한 택시기사는 "국기가 하룻만에 걸레가 됐다"고 푸념했다. "하루만 달고 다니면 국기가 너덜너덜해진다. 어느 나라 선수가 자기나라 국기가 걸레가 돼 있는데 좋아하겠나"라며 혀를 찼다. "국기 가장자리를 재봉틀로 한번만 박았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0.1㎜ 디테일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