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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금메달을 기대했다. 스스로도 금메달을 갈망했다.
안방 인천에서,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딴 '박태환수영장'에서, 세월을 거스르는 '대회 3연패'의 위업이 박태환 본인만큼 간절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그러나 세상은 늘 마음같지 않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 경영 경기 첫날인 21일 가장 자신있었던 자유형 200m에서 '일본 신성' 하기노 고스케에게 허를 찔렸다. 막판 역전극을 허용하며 금메달을 놓쳤다. 3위에 올랐다. "박태환!"을 연호하는 뜨거운 함성, 'Go! PARK' 노란 플래카드가 넘실대는 자신의 안방에서 오히려 어깨가 짓눌렸다. 안방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23일 자유형 400m, 예선부터 박태환은 몸이 무겁다고 호소했다. 정신적인 부담감이 몸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긴장되고 위축됐다. 불과 한달전 팬퍼시픽에서 올시즌 베스트기록을 작성한 '400m의 레전드'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정신적, 심리적으로 몰렸다. 매 50m 구간, 28초대를 똑딱똑딱 맞춰내던, '인체시계'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 불과 일주일전까지 세계기록 페이스로 연습해온 박태환에게 3분48초대 기록은 주변보다 스스로에게 뼈아픈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경이로운 것은 동메달 이후, 박태환의 보여준 '월드클래스' 매너다. 주변인, 팬들조차 아쉬움에 표정관리가 안되는 상황에서 박태환은 담담했다. 예기치 못한 동메달에도 침착하게 주변을 챙겼다. 자유형 200m 레이스 직후 하기노 고스케에게 건너가 악수를 청하며 예를 갖췄다. '박선생' 도발을 했던 '동생' 쑨양에겐 머리를 쓰다듬으며 친밀감을 표했다. 자유형 400m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1위에 오른 쑨양의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금메달을 축하했다. 아쉬움을 얼굴에 쓰지 않았다.
믹스트존 인터뷰 기자들을 향해 그가 가장 먼저 건넨 말은 '미안함'이었다. "안방에서 제가 여기 계신 기자님들 기를 좀 세워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라며 고개 숙였다. 중국, 일본 기자들 틈에 선 한국기자들을 걱정했다.
변변한 후원사 없이 나홀로 물살을 가르는 상황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헌신을 아끼지 않아온 전담팀에 대한 미안함, 안방에서 뜨겁게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 난생 처음 접하는 홈그라운드 일방적인 응원의 부담감과 챔피언 수성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차례차례 이야기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