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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구본길 母 "월급통장째 보내는 효자, 집부터 사라한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22 06:21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즐기고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미래를 준비하라.'

'사브르 황제' 구본길(25·국민체육진흥공단)의 휴대폰 메신저 초기화면에 써 있는 글귀다. 영원히 죽지않을 것처럼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해온 '세계랭킹 1위' 구본길이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남자사브르 2연패에 성공했다.

구본길은 21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사브르 결승전에서 한솥밥 선배 김정환을 15대13, 두포인트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절친 선배 김정환과의 마지막 결승에서 한치 양보없는 진검승부를 펼쳤다. 4년전 광저우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귀공자 외모의 '펜싱 훈남' 구본길은 넉넉하진 않지만 사랑 넘치는가정에서 자랐다. 누나 셋에 막내아들인 구본길은 부모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주는 속깊은 아들이었다. 식당에서 도우미 일을 하는 어머니는 늘 바빴다. 어머니 선태복씨는 "부모로서 해준 게 없어 늘 미안했다"고 했다. "운동화가 다 떨어져야 새로 사줬다. 브랜드 운동화는 꿈도 못꿨지만 한번도 불평하지 않은 착한 아들"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빨래도 알아서 했다. 오성중고 시절엔 도복도 늘 스스로 빨아입었다"며 웃었다. 아버지 구자규씨는 2연패를 달성한 아들의 쾌거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내아들이지만 대단하다. 장하다"를 연발했다. "오성중 2학년 때 처음 펜싱을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울산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왔다. 이후 세계유소년대회, 세계청소년대회 등 나가는 대회마다 늘 1등을 휩쓸어왔다. 한번 지고 오면 난리가 났다. 승부근성이 대단했다"고 귀띔했다. 올해 구본길은 카잔세계선수권 은메달 직후 딱 한번 대구 집을 찾았다.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대중목욕탕에 갔다. "등 한번 밀어주고 싶다고, 목욕탕을 가자고 하더라. 아들이 등을 밀어주는데 마음이 정말 좋았다"며 흐뭇해 했다. 어머니 선씨는 요즘도 식당일을 나간다. 아버지는 정년퇴직후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구본길은 다달이 월급통장을 집으로 부친다. 어머니 선씨는 "월급통장째로 집에 보낸다. 집부터 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초등학교 때 주인집에 얹혀산 적이 있는데, 그때 시끄럽다고 혼난 일이 한이 됐던 것같다"며 웃었다. 집살 돈을 모으셨느냐는 말에 가족들은 "아직 멀었어요"라며 웃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원아시아선수권 2관왕, 아시안게임 2연패, 세계선수권 은메달, 세계랭킹 1위, 스물다섯 구본길의 미래는 창창하다. 리우올림픽 개인전 우승을 목표 삼았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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