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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도 역사상 최연소 그랜드슬래머가 된 한국 유도의 간판 김재범(29·한국마사회)의 좌우명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의 유도 인생이 그랬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좌우명은 그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빛 메치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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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인생 최대의 목표였던 그랜드슬램까지 이뤄낸 김재범이 사실 부상을 안고 계속 현역 생활을 이어나갈 이유는 없다. 실제로 김재범은 런던올림픽 이후 다친 부위를 치료하느라 1년 가까이 운동을 쉬었다. 당시 김재범은 유도를 하지 못한다는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목표 의식을 잃으며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범은 1년 공백을 깨고 다시 매트위에 섰다. 가족을 위해서다. 런던올림픽 이후 정진희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김재범은 지난해 9월 딸 예담이를 얻었다. 이제 더이상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가족을 위한 싸움을 펼친다. 휘어진 손가락을 보며 속상해하는 아내를 위해, 울퉁불퉁한 아빠의 귀를 만지고 유도복을 좋아하는 예담이를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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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미션은 성공했다. 예담이의 돌잡이 선물 획득에 성공했다. 김재범은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레바논의 엘라이스 나시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며칠 뒤면 예담이의 돌잔치에 쓰일 금메달이다.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한 김재범은 '아빠의 이름으로'으로 극한 고통 마저 참아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