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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2연패' 김재범, 딸 돌잔치 미룬 아빠의 金 선물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21 20:46


사진제공=김재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도 역사상 최연소 그랜드슬래머가 된 한국 유도의 간판 김재범(29·한국마사회)의 좌우명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의 유도 인생이 그랬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좌우명은 그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빛 메치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


김재범은 이번에도 '부상에도 불구하고' 매트위에 섰다. 이제 부상 없이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어색할정도로 이골이 났다. 부상은 운명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 팔과 한 다리로 세상을 메쳤다. 왼쪽 몸이 문제였다. 왼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무릎이 '덜렁덜렁'거렸다. 습관성 왼쪽 어깨 탈골에다 팔꿈치 인대 손상을 입었고 왼쪽 네번째 손가락 인대는 아예 끊어졌다. 왼팔과 왼다리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거들 뿐이었다. 고통을 참기 위해 마취제를 맞고 경기장에 나섰다. 그럼에도 김재범은 런던에서 금빛 메치기에 성공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했다. 2008년 베이징대회부터 시작된 김재범의 메이저대회 부상 징크스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유효하다. 이번에는 왼쪽 세 번째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 테이핑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구부리기도 힘들다. 유도복 깃을 강하게 잡는 손가락은 'S'자로 휘어졌다. 더이상 약이 들지 않아 변형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야기에 며칠전 마무리훈련을 하다 등에 담까지 왔다. 담을 풀어주는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폐에 가까운 부위라 근육 이완제를 맞지도 못해 고통을 참아내고 훈련을 이어왔다. 19일에는 어깨마저 다쳤다. 그러나 김재범에게 부상은 훈련 강도를 증명하는 훈장일 뿐이다. 그는 "선수라면 부상은 누구나 다 있는 것이다. 런던올림픽 때보다 손가락 부상은 더 심한 상태지만 전체적인 몸상태는 괜찮다"며 웃음을 보였다.

유도 인생 최대의 목표였던 그랜드슬램까지 이뤄낸 김재범이 사실 부상을 안고 계속 현역 생활을 이어나갈 이유는 없다. 실제로 김재범은 런던올림픽 이후 다친 부위를 치료하느라 1년 가까이 운동을 쉬었다. 당시 김재범은 유도를 하지 못한다는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목표 의식을 잃으며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범은 1년 공백을 깨고 다시 매트위에 섰다. 가족을 위해서다. 런던올림픽 이후 정진희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김재범은 지난해 9월 딸 예담이를 얻었다. 이제 더이상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가족을 위한 싸움을 펼친다. 휘어진 손가락을 보며 속상해하는 아내를 위해, 울퉁불퉁한 아빠의 귀를 만지고 유도복을 좋아하는 예담이를 위해 뛴다.



그래서 김재범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더불어 단체전까지 두 개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개인전의 금메달은 예담이를 위한 선물이다. 김재범은 "예담이 생일이 9월 4일인데 아시안게임 준비 때문에 돌잔치도 뒤로 미뤘다. 운동하는 아빠때문에 첫 생일도 미뤄야 하는 딸에게 너무 미안하다. 꼭 금메달을 따내서 돌잡이 선물로 놓겠다"고 했다. 아내를 위해서 단체전 금메달도 꼭 필요하다. 고마워해야 할 일이 또 있다. 김재범은 "아내 생일이 9월 27일이다. 아내 생일 선물도 금메달로 하고 싶다"면서 "사실 뱃속에 둘째가 있다. 2개월 됐는데 태명을 복음이로 지었다. 아내와 아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꼭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며 재차 의지를 다졌다.

첫 번째 미션은 성공했다. 예담이의 돌잡이 선물 획득에 성공했다. 김재범은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레바논의 엘라이스 나시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며칠 뒤면 예담이의 돌잔치에 쓰일 금메달이다.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한 김재범은 '아빠의 이름으로'으로 극한 고통 마저 참아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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