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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약속했다. 설욕을 다짐했다. 비인기종목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세월호의 아픔, 영화 '명량'의 용기도 이야기했다. 지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자신감'이 있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30일 남겨놓은 20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D-30 합동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4회 연속 출전하게 된 '펜싱 에이스' 남현희와 '우생순 신화의 주역' 우선희 역시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우선희는 "2001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2년 첫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그때는 주전도 아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영광스러웠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언제 은퇴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또다시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됐다. 핸드볼의 시작과 끝을 한국에서 하게 된 만큼 좋은 성과로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엄마가 된 '땅콩검객' 남현희는 도하, 광저우에 이어 인천에서 '2관왕 3연패'를 꿈꾸고 있다.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막내였다. 단체전에서 긴장해서 경기를 하던 생각이 난다. 이제는 맏언니 입장에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하게 됐다. 후배들 몫까지 열심히 뛰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도핑 해프닝' 등 아픔을 딛고 올시즌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드민턴 남자복식 이용대-유연성조 역시 금메달을 다짐했다. 이용대는 "허리 부상은 많이 좋아졌다. 이번 금요일 세계선수권 출국에 맞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이번이 3번째 아시안게임인데 금메달이 없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쉽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라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유)연성이랑 최근 성적이 좋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핸드볼, 레슬링, 역도 "안방서 명예회복"
여자유도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코치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세월호 참사의 슬픔 속에서 치러진다. 국민들의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만큼 선수들 모두 목숨걸고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임영철 여자핸드볼 감독은 "핸드볼에는 항상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매번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며 신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면서 "이번만큼은 꼭 금메달을 따내 우생순 신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영술 양궁 총감독은 "영화 '명량'에서 우리 수군들이 멋지게 활을 쏘더라. 양궁 대표팀은 실제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역도 남자 85㎏급에 나서는 사재혁은 설욕을 다짐했다. 사재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77㎏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부상으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올림픽 2연패를 위해 바벨을 들었지만 인상 2차시기에서 162㎏을 들다 오른팔을 다쳐 바닥에 쓰러졌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다시 바벨을 잡은 사재혁은 이번 대회에서 85㎏급에 출전한다. "77㎏급일 때는 살이 금방 쪘다. 요즘은 찌우는게 빼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장미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다. 런던올림픽 이후 힘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이자리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 영광이고 잘했다는 생각"이라며 웃었다.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관심'을 부탁했다. 근대5종에 나서는 정훤호와 김성진 코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근대5종이 재미있고 멋있는 종목임을 보여주겠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스쿼시에 나서는 이세현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해서 영광이다. 좋은 성적 보여주겠다"고 했다. 우슈 대표로 나선 강영식과 소프트볼 대표 양이슬도 모두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종목 저변이 넓어지기를 바랐다.
태릉=전영지 이 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