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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탁구의 희망, '스무살 막내' 양하은(20·대한항공·세계랭킹 21위)이 도쿄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당찬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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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은은 28일 조별리그 첫경기 네덜란드전 2-4번 단식에서 리지에-리자오를 모두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네덜란드전 2세트를 먼저 내준 상황에서 제4단식 끈질긴 플레이로 네덜란드 톱랭커, 귀화에이스 리자오를 3대2로 잡아낸 장면은 명불허전이었다.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투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은 이에리사-정현숙-현정화-김경아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여자탁구 '독종' 계보와 상통했다. 2세트 1-5의 스코어를 11-8로 뒤집고, 1-6의 스코어를 듀스접전까지 끌고갔다. 끝내 3대2로 승리하며 게임스코어 2-2를 만들어놓았다. 톱랭커 서효원이 5단식을 마무리하며 게임스코어 3대2로 역전승했다.
30일 '난적' 싱가포르전(1대3 패), 양하은은 제1단식에서 세계 8위 펑톈웨이와 마주했다. 1세트를 11-5로 가볍게 따냈다. 4세트에선 7-1의 스코어를 11-9로 돌려놓는 놀라운 뒷심을 보여줬다. 풀세트접전끝에 2대3으로 분패했지만, 비중국권 톱랭커와의 진검승부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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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은은 어리지만 누구보다 속깊은 팀플레이어다. 누구보다 빼어난 플레이를 하고도,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고 자책했다. 동료를 탓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 패한 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룩셈부르크전에서 1단식을 내가 잡았다면, 하정언니가 편하게 경기했을 것이다. 리시브 4개를 미스하면서 멍해졌다"고 털어놨다. 완벽한 팀플레이로 3대2 역전승을 완성하고 화사하게 웃었다.
김형석 여자대표팀 감독 역시 이번 대회 양하은의 성장에 흐뭇함을 드러냈다. "현재 여자대표팀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다. 첫날부터 자기 플레이를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진 경기도 내용면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펑톈워이와의 맞대결도 팽팽했다. 서비스 미스, 작전 마무리 등만 보완한다면 본선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적인 성장도 언급했다. "전에는 시합에 지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표정관리가 잘 안됐었다. 이번 대회 마인드컨트롤, 적극적인 플레이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한국여자대표팀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일부터 남녀 단체전 16강 본선경기가 시작된다. 조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2일 오후 1시 '왼손에이스' 엘리자베타 사마라(세계랭킹 26위)가 건재한 루마니아와 격돌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3일 오전 10시, 8강에서 또다시 펑톈웨이의 싱가포르를 만난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