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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탁구]女탁구 희망'스무살 에이스'양하은의 재발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5-02 11:14


◇양하은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양하은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여자탁구의 희망, '스무살 막내' 양하은(20·대한항공·세계랭킹 21위)이 도쿄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당찬 존재감을 드러냈다.

군포화산초-흥진중고 출신의 양하은은 대한탁구협회와 대한항공이 전략적으로 키워온 '탁구신동' 출신 엘리트 선수다. 7세때인 2001년 교보생명컵 초등학교탁구대회에서 단식 1위에 오른 이후 국내대회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은 천재형 선수다. 15세때인 2009년 바레인-도하-프랑스-코리아 주니어오픈에서 우승컵을 휩쓸었고, 16세때인 2010년 대한민국인재상을 수상했다. 2011년 두바이오픈에서 복식2위, 21세 이하 단식 1위에 올랐다. 이후 중국오픈, 코리아오픈, 오스트리아오픈, 카타르오픈 21세 이하 여자단식에서는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동급 최강 에이스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4월 코리아오픈에선 '절친 동료' 박영숙과 짝을 이룬 여자복식에서 우승했다. 대우증권 선수 출신 김인순 여자대표팀 코치의 '탁구 유전자'에 본인의 집중력과 노력이 결합됐다.


◇양하은이 룩셈부르크전 제5단식 타임아웃, 양하은이 석하정과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런던올림픽 이후 김경아, 당예서, 박미영 등 언니들이 대표팀을 떠났다. 지난 1년간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2014년 도쿄세계선수권은 스무살 양하은이 주전으로 나선 첫 단체전이다. '탁구얼짱' 수비수 서효원과 매경기 투톱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1일 4승1패, 조2위로 본선 16강행을 확정지은 데는 '막내' 양하은의 몫이 절대적이었다. 첫경기 네덜란드전, 조별리그 최종전 룩셈부르크전에서 침착하고 끈질긴 플레이로 3대2,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에이스의 무게감을 오롯이 견뎌냈다.

양하은은 28일 조별리그 첫경기 네덜란드전 2-4번 단식에서 리지에-리자오를 모두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네덜란드전 2세트를 먼저 내준 상황에서 제4단식 끈질긴 플레이로 네덜란드 톱랭커, 귀화에이스 리자오를 3대2로 잡아낸 장면은 명불허전이었다.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투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은 이에리사-정현숙-현정화-김경아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여자탁구 '독종' 계보와 상통했다. 2세트 1-5의 스코어를 11-8로 뒤집고, 1-6의 스코어를 듀스접전까지 끌고갔다. 끝내 3대2로 승리하며 게임스코어 2-2를 만들어놓았다. 톱랭커 서효원이 5단식을 마무리하며 게임스코어 3대2로 역전승했다.

30일 '난적' 싱가포르전(1대3 패), 양하은은 제1단식에서 세계 8위 펑톈웨이와 마주했다. 1세트를 11-5로 가볍게 따냈다. 4세트에선 7-1의 스코어를 11-9로 돌려놓는 놀라운 뒷심을 보여줬다. 풀세트접전끝에 2대3으로 분패했지만, 비중국권 톱랭커와의 진검승부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1일 조별리그 최종 5차전 룩셈부르크전, 또다시 4번단식의 운명이 그녀를 찾아왔다. 1단식에서 룩셈부르크 50세 톱랭커 니시알리안에게 2대3으로 패했다. 믿었던 석하정(세계 15위)이 세계랭킹 156위 사라 드뉘트에게 충격패했다. 3단식 '톱랭커' 서효원이 3대0으로 이긴 후 게임스코어 1-2로 뒤진 상황에서 양하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5점 중 내가 해야할 2점을 다 놓치면 진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양하은은 또다시 역전주자가 됐다. 석하정을 울린 드뉘트를 3대0으로 셧아웃시키며 시원하게 복수했다. 석하정에게 제5단식 바통을 넘겼다. "하정언니 경기때는 정말 허벅지를 쥐어짜면서 죽을 힘을 다해 응원했다"며 웃었다.


◇대한민국 여자탁구 대표팀. 왼쪽부터 박영숙 조하라 양하은 서효원.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세계탁구선수권 현장에서 본 한국 여자대표팀 벤치의 풍경은 다른 팀 벤치와 다르다. 감독이 선수에게 일방적인 작전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자신이 아는 해당선수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른바 '집단지성'이다. 이날 양하은은 의기소침해 있는 '선배' 석하정에게 적극적인 조언을 건넸다. "임팩트 있게, 언니 판단이 중요하니까. 절대 급해지지 말고, 자신있게 하라고, 져도 조3위니까, 본선 올라갈 수 있으니, 언니 것만 다하고 나오라고 말했죠. 아… 하정언니 힘들었을 텐데, 안아줘야겠어요."

양하은은 어리지만 누구보다 속깊은 팀플레이어다. 누구보다 빼어난 플레이를 하고도,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고 자책했다. 동료를 탓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 패한 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룩셈부르크전에서 1단식을 내가 잡았다면, 하정언니가 편하게 경기했을 것이다. 리시브 4개를 미스하면서 멍해졌다"고 털어놨다. 완벽한 팀플레이로 3대2 역전승을 완성하고 화사하게 웃었다.


김형석 여자대표팀 감독 역시 이번 대회 양하은의 성장에 흐뭇함을 드러냈다. "현재 여자대표팀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다. 첫날부터 자기 플레이를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진 경기도 내용면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펑톈워이와의 맞대결도 팽팽했다. 서비스 미스, 작전 마무리 등만 보완한다면 본선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적인 성장도 언급했다. "전에는 시합에 지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표정관리가 잘 안됐었다. 이번 대회 마인드컨트롤, 적극적인 플레이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한국여자대표팀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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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단체전의 활약은 무엇보다 양하은 본인에게 큰힘이 되고 있다. 시니어 무대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주변의 애정어린 우려를 불식시켰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고, 심리적으로도 예전보다 강해졌다"며 웃었다. "예선전에 정말 절실하게 뛰었던 것처럼, 본선에서도 잡을 수 있는 경기는 꼭 잡겠다. 한포인트 한포인트 포기하지 않고,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양하은은 출국 직전 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4강?"이라고 답했었다. 세계선수권 현장에서 양하은의 목표는 업그레이드됐다. "이젠 조심스럽게 결승?"이라며 활짝 웃었다.

1일부터 남녀 단체전 16강 본선경기가 시작된다. 조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2일 오후 1시 '왼손에이스' 엘리자베타 사마라(세계랭킹 26위)가 건재한 루마니아와 격돌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3일 오전 10시, 8강에서 또다시 펑톈웨이의 싱가포르를 만난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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