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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인터뷰]①쿨한 마린보이"비전이 없다면,보여줘야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3-25 07:05


박태환 창간 인터뷰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3.17

"스물다섯살이면 이제 정말 어른이잖아요?"

마냥 '국민 남동생'인줄로 알았던 박태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한다. 1989년생 박태환은 1990년 창간된 스포츠조선보다 한살 위다. 푸른바다 밑에서 잘도 싸우는 슬기롭고 씩씩한 용감스러운 '마린보이'가 어느새 '정말 어른'이 됐다. 17세였던 2006년 도하, 21세였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2연패'를 이뤘다. 2014년 25세의 박태환이 인천에서 3번째 도전에 나선다. 8년새 달라진 점을 묻자 "제일 많이 달라진 건 나이죠 뭐" 라며 싱긋 웃는다. 변한 건 세월과 세상뿐이다. 박태환은 한결같다. 매일 15km 물살을 가르고, 변함없이 0.01초의 기록과 싸운다. 지난 17일 올해 두번째 호주 전훈 출국을 앞두고 박태환을 만났다. 싱그러운 미소도 예나지금이나 같았다.

비전이 없다면, 비전을 보여주겠다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 m 금메달리스트, 한국 최초의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다. 세계적인 자유형선수가 되려면 6.5피트(1m98)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상식을 뒤집는 선수다.' 지난 1월 수영전문사이트 '스윔스왬'의 캐나다인 칼럼니스트 올리비에 푸와리에 르로이는 '박태환에 대한 8가지 재밌는 사실'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머리 하나는 족히 더 큰 거인들 틈바구니에서 폭풍 스트로크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어내는 1m83의 한국인 박태환은 서양인의 눈으로 볼 때도 기적같은 선수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5년째 박태환을 지도하고 있는 마이클 볼 감독조차 가장 힘든 조건에서도 주문한 구간기록을 귀신같이 맞춰내는 '파키(Parky, 박태환의 별명)'의 재능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박태환의 가치는 오히려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빛난다.

런던올림픽 이후 힘든 시기를 거쳤다. 4년간 70억원을 투자한 SK텔레콤 전담팀과 작별했다. 든든한 가족의 울타리속에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한 개인 전담팀을 다시 꾸렸다. '삽자루선생'으로 유명한 인기강사 우형철 SJR 대표가 2년간 10억원 후원을 약속했다. 팬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십시일반 7000여만원의 호주 전훈비를 모금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런던올림픽 포상금 5000만원 을 지난 2월에야 지급했다. 맘편히 운동할 국제 규격의 수영장이 없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서훈기준 점수 3000점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청룡장을 받지 못했다. 속상하지 않을까.

박태환은 "솔직히 예전같으면 그런 게 있을 수도 있다. '나한테 왜 이러지' 이런 생각.독기를 품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생각이 냉정해진다"며 웃었다. "스물다섯이면 정말 어른 아닌가. 예전엔 내생각에 현실을 맞추려 했는데, 이젠 현실에 내 생각을 맞추려 한다"고 했다. "현실을 인정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 비전이 없다는 것, 대기업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비전이 없다보니 후원을 안하고…, 그래서 내가 뭔가를 더 보여줘야 생각이 확실해지지 않을까, 그래, 내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목표를 이루는 모습, 비전을 보여준다면 다시 나에게 미래를 맡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며 웃었다. 소년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어른의 눈빛으로 '현실'을 말하는 소년의 진심에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다.

세번째 아시안게임, 끊임없는 도전

박태환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생애 세번째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2006년 첫 도하아시안게임땐 큰경기인지, 작은경기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동아시아대회 등에서 자주 마주치던 장린(중국), 마쓰다(일본)와 부담없이 겨뤘던 것같다. 2010년 광저우때는 베이징올림픽 직후였기 때문에 타이틀 방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2014년 인천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쑨양이 '톱'이기 때문에, 톱클래스 선수에게 도전한다, 함께 레이스를 해본다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고 했다. '도전자'라는 말로 자신을 낮췄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챔피언에 올랐으며, 도하-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2연패'를 이룬 '현역 레전드' 박태환은 변함없이 스스로를 '도전자'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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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의미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 수영계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 내가 할 수 있는 한, 앞에서 이끌면서 선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괜찮은 후배가 하루빨리 나와주길 바라고, 어린 후배들이 나를 이기려고 도전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계속 도전하게 되는 면도 있다. 또 못이룬 꿈도 있기 때문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41초53의 한국신기록을 넘어, 세계최고기록을 향한 꿈을 꾼다.

박태환은 진심으로 수영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선수다. "성적 걱정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평생 하고 싶다. 주위에선 리우올림픽도 말씀하시는데 아직 그 부분은 생각이 정해지지 않았다. 런던 이후 첫 도전이니까, 인천만 생각하기도 벅차다. 그러나 수영은 그만두고 싶지 않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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