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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살이면 이제 정말 어른이잖아요?"
비전이 없다면, 비전을 보여주겠다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 m 금메달리스트, 한국 최초의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다. 세계적인 자유형선수가 되려면 6.5피트(1m98)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상식을 뒤집는 선수다.' 지난 1월 수영전문사이트 '스윔스왬'의 캐나다인 칼럼니스트 올리비에 푸와리에 르로이는 '박태환에 대한 8가지 재밌는 사실'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머리 하나는 족히 더 큰 거인들 틈바구니에서 폭풍 스트로크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어내는 1m83의 한국인 박태환은 서양인의 눈으로 볼 때도 기적같은 선수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5년째 박태환을 지도하고 있는 마이클 볼 감독조차 가장 힘든 조건에서도 주문한 구간기록을 귀신같이 맞춰내는 '파키(Parky, 박태환의 별명)'의 재능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박태환의 가치는 오히려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빛난다.
런던올림픽 이후 힘든 시기를 거쳤다. 4년간 70억원을 투자한 SK텔레콤 전담팀과 작별했다. 든든한 가족의 울타리속에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한 개인 전담팀을 다시 꾸렸다. '삽자루선생'으로 유명한 인기강사 우형철 SJR 대표가 2년간 10억원 후원을 약속했다. 팬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십시일반 7000여만원의 호주 전훈비를 모금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런던올림픽 포상금 5000만원 을 지난 2월에야 지급했다. 맘편히 운동할 국제 규격의 수영장이 없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서훈기준 점수 3000점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청룡장을 받지 못했다. 속상하지 않을까.
세번째 아시안게임, 끊임없는 도전
박태환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생애 세번째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2006년 첫 도하아시안게임땐 큰경기인지, 작은경기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동아시아대회 등에서 자주 마주치던 장린(중국), 마쓰다(일본)와 부담없이 겨뤘던 것같다. 2010년 광저우때는 베이징올림픽 직후였기 때문에 타이틀 방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2014년 인천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쑨양이 '톱'이기 때문에, 톱클래스 선수에게 도전한다, 함께 레이스를 해본다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고 했다. '도전자'라는 말로 자신을 낮췄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챔피언에 올랐으며, 도하-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2연패'를 이룬 '현역 레전드' 박태환은 변함없이 스스로를 '도전자'라 칭한다.
박태환은 진심으로 수영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선수다. "성적 걱정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평생 하고 싶다. 주위에선 리우올림픽도 말씀하시는데 아직 그 부분은 생각이 정해지지 않았다. 런던 이후 첫 도전이니까, 인천만 생각하기도 벅차다. 그러나 수영은 그만두고 싶지 않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