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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이 또 다시 무관의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완벽했던 아스널에 균열이 생겼다. 부상악령이 몰아쳤다.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램지가 지난해 12월 허벅지 부상으로 쓰러졌다. 그는 올시즌 치른 27경기에서 무려 13골을 넣으며 아스널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루와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던 월컷도 1월 무릎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했다. 윌셔,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루카스 포돌스키 등도 잦은 부상으로 출전과 휴식을 반복했다. 부상자가 늘어나며 주축 선수들에게 하중이 걸렸다. 외질은 이적 첫 해부터 무리한 출전으로 중요한 순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루가 버틴 최전방의 부진이 심각하다. 지루는 시즌 초반 미드필더진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아스널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사실상 혼자서 매경기 최전방을 이끌다보니 체력이 떨어졌다. 야야 사노고와 니클라스 벤트너라는 백업 공격수가 있지만, 이들은 아스널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아스널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1월이적시장에서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을 수혈하려고 했다. 충분한 이적자금도 있었다. 아스널은 여러 슈퍼스타들과 연결됐다. 율리안 드락슬러(샬케), 잭슨 마르티네스(포르투), 알바로 모라타(레알 마드리드), 요앙 카바예(PSG) 등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결국 킴 칼스트룀 1명을 데려오는데 그쳤다. 드락슬러의 경우 마지막까지 협상이 이어졌지만, 10대 선수에게 거금을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아르센 벵거 감독이 결국 고개를 돌렸다. 그나마 유일하게 데려온 칼스트룀마저 부상으로 아직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스널은 8년 무관을 깨기 위한 마지막 전력보강의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기회를 놓친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스토크시티전이 대표적인 예다. 사노고는 인저리타임 챔벌레인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았지만, 어이없는 슈팅으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사노고 정도의 공격수가 최전방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스널의 현실이다. 지루는 저조한 경기력에 스캔들까지 일으키며 새로운 트러블메이커로 떠올랐다. 더이상 기대를 걸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가 없는 상황이다. 부상자가 쏟아지고 있는 미드필드진이나 메르테자커-코시엘니-토마스 베르마엘렌 이외에 이렇다할 자원이 없는 수비진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아스널을 괴롭히는 것은 또다시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지난 8년간 아스널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불안 요소들이 시즌 막판 쏟아져나오고 있다. '역시 우리는 안된다'라는 비관론이 팀 전체에 퍼지는 분위기다. 일단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정이 좋지 않다. 아스널은 에버턴,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 첼시, 맨시티와의 5연전을 펼친다. 이래저래 힘든 아스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