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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빙속 일색? 이들이 있어 평창 희망 커진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2-21 07:34



한국 동계스포츠는 그동안 메달 편중이 심했다. 빙상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메달 45개(금 25, 은 15, 동 9)가 모두 빙상 종목에서 나왔다. 그 중 쇼트트랙이 40개(금 20, 은 12, 동 8)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의 '빙속 삼남매'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의 등장으로 그나마 금메달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 위안이었다.

빙상 편중의 폐혜는 이번 올림픽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이 부진하자 메달 가뭄 현상이 이어졌다.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한국이 세계적인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빙상 외에도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이 나와야 한다. 다행히 가능성이 조금씩 보였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컬링, 프리스타일 스키 등이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쳤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18위에 올랐다. 원윤종 서영우는 4차례 레이스 합계 3분49초27의 기록을 세웠다. 2인승에서 한국이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심 15위 이상까지 바라봤지만 1차 레이스에서 다소 실수가 있어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봅슬레이가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 남자 4인승에서 거둔 성적 19위보다 한 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사상 첫 올림픽에 나선 여자 봅슬레이 2인승(김선옥 신미화)도 18위에 오르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2011년에야 대표팀 구성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윤성빈은 남자 스켈레톤에서 한국 썰매 종목을 통틀어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 순위인 16위를 차지했다. 종전까지 스켈레톤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강광배 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기록한 20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썰매 종목 전체에서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의 19위가 최고 기록이었다.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해 선수 경력이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윤성빈이 새 역사를 쓴 것이다. 목표로 삼았던 15위에는 조금 못 미쳐 아쉬움이 남지만, 2차 레이스에서 전체 9위의 기록을 작성할 만큼 높은 잠재력을 보였다.

신미성 김지선 이슬비 김은지 엄민지로 이루어진 여자 컬링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최고의 신데렐라다. 예선 풀리그에서 3승6패로 8위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팀들 중 세계랭킹(10위)은 가장 낮았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호평을 받았다. 얼음에 대한 적응도만 높았다면 더 좋은 성적도 가능했던 경기력이었다. 모굴 스키의 '신성' 최재우도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았다. 결선 최종 라운드의 문턱에서 아쉽게 실격으로 물러났지만 메달 가능성을 심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소치에서 희망을 본 이들의 장래는 밝다. 평창올림픽에서는 홈 이점을 안고 뛴다. 코스 파악이 필수인 썰매 종목과 빙질 적응이 중요한 컬링 등은 실전이 치러질 경기장에서 미리 기량을 닦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보여준 가능성이 값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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