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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국가대표 커플' 이한빈과 박승희의 '금빛 메시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21 07:33


16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케이팅 훈련장에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훈련이 열렸다. 훈련에서 박승희와 이한빈 등 선수들이 트랙을 돌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6.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로 쇼트트랙대표팀이 한창 밝아졌다.

웃음꽃이 넘쳐났다. 이한빈(26·성남시청)은 "금메달이 없어서 여자선수들도 침울했는데 이젠 완전히 상승세"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쇼트트랙 남녀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담금질을 계속했다. 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남자와 여자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는 쇼트트랙 대표팀은 사연이 많다. 관계 또한 사슬처럼 얽혀있다. 소치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은 박승희(22·화성시청)는 친동생 박세영(21·단국대)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또 있다. 이한빈과는 '국가대표 커플'이다. 어릴 때 빙판에서 만난 둘은 2년 째 교제 중이다.

이한빈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다. 신다운(21·서울시청)은 "대표팀의 기둥"이라며 엄지를 세운다. 아픔도 많았다. 부상과 불운이 끊이지 않았다. 대학 때는 왼발목이 부러져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졸업 후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대표팀 합류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대표 선발전에서 실격 판정을 받는 바람에 낙마한 데 이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해체되는 날벼락까지 맞았다. 은퇴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졸라맨 그는 2012년 동계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2관왕에 오른 후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근 성남시청이 재창단하면서 둥지도 옮겼다.

연인 박승희의 금빛 소식은 이한빈에게도 낭보였다. 박승희는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다시 소치의 문을 두드렸다. 여자 500m에선 통한의 동메달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3000m 계주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든 상처는 치유됐다.

이한빈은 3000m 계주 직후 어떤 축하의 말을 건넸을까. 훈련장에선 커플이라는 티를 안낸다. 팀에 방해될 수 있다. 이한빈은 수줍게 말을 꺼냈다. 그는 "솔직히 메달세리머니로 늦게 들어와 못 만났다. 그래서 문자로만 '고생많았다. 마음편히 남은 경기 잘하라'고 보냈다"며 웃었다. 그리고 "4년 전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보상을 받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박승희는 밴쿠버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조해리(28·고양시청) 이은별(23) 김민정(28) 등 언니들과 함께 한 3000m 계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했다. 중국에 금메달을 빼앗겼다. 예기치 못한 악몽에 모두가 눈물을 쏟았다.

이한빈은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했다. 그는 "승희는 잘했는데 난 부진했다. 맞추기 위해서는 더 잘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한빈은 22일 남자 500m, 박승희는 여자 1000m에 동반 출전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의 마지막 무대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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