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학교체육이 희망]유영환강남교육장"강남아이들,운동은 못할것같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1-05 07:47


◇26일 서울 개포동 수도공고에서 펼쳐진 2013년 강남학생행복축제에 참가한 강남 지역 학생들이 뉴스포츠 체험부스에서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우리 강남아이들이 운동은 못할 것 같죠? 하하."

웃는 낯의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59)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고개를 갸웃하자 기다렸다는 듯 교육장님의 신명나는 자랑 릴레이가 시작됐다. "언주중학교가 엊그제 서울시 학교스포츠클럽축구대회에서 우승했어요. 배구는 숙명여중이, 농구는 은성중 남학생들이 우승했고, 개일초등학교가 피구, 방현초등학교가 탁구 우승했고, 신반포중이 플로어볼 우승했고… , 또… 저번에 서울시 교육감배 중2 건강마라톤에서 신동중 여학생 우승하는 것 보셨어요?" 올가을 서울시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강남아이들이 보여준 성과는 우월했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해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강남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6일 수도전기공고에서 '강남학생행복축제'를 열었다. 초, 중, 고등학생들이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공연, 인성진로체험, 스포츠체험, 독서체험 마당을 한자리에 펼쳤다. 운동장 한켠에선 공연이 열렸고, 한켠에선 아나운서교실이 진행됐다. 20개의 부스에서 뉴스포츠 체험이 이뤄졌고, 나무그늘 아래선 독서 체험 등 즐거운 이벤트가 이어졌다. 강남아이들이 주말 답답한 학원과 교실 대신 운동장으로 쏟아져나왔다. 무려 47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행복한 축제를 만끽했다.



강남 학생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

유 교육장은 강남학생들에 대한 오해를 정확히 짚어냈다. "강남아이들은 운동은 전혀 못하고, 공부에만 매달리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남과의 경쟁만 밝히는 아이들이라고들 지레 넘겨짚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니 전혀 안그래요. 기회를 통제해서 그렇지, 맑고, 배려심도 있고, 깨어있어요. 편견으로 봐서는 안됩니다. 기본도 바르게 잘 갖춰져 있고요. 여지만 준다면 훨씬 더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3월 강남교육지원청장에 부임한 39년 교직 경력의 베테랑 유 교육장은 '스포츠'에서 답을 찾고 있다. '교육 1번지' 강남의 변화가 전국 교육의 변화를 이끈다는 믿음이다. 어깨가 무겁다. 관내 55개 초등학교 가운데 95%의 학교가 아침 건강달리기를 한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가방을 놓고 각자 능력껏 운동장을 3~10바퀴 돌고 교실로 들어간다.

일선학교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스포츠 열기도 뜨겁다. "서초구에 서운중-서일중이 있어요. 이 두 학교는 '연고전'처럼 정기친선전을 합니다. 반포의 원촌중은 축구 열기가 대단합니다. 주말에 아빠들이 나와서 아이들과 한팀이 돼 치열하게 공을 차죠"라고 했다. 지난 주말 직접 관전한 원촌중 축구 에피소드도 술술 털어놨다. "한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요. 여기 나온 애들은 '엄마와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자들'이라고. 아빠의 지원사격 덕분에 이긴 겁니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나오니 엄마도 따라나올 수밖에요"라며 허허 웃었다. "그런 집 아이는 결국 잘 자랄 수밖에 없어요. 운동으로 온가족이 함께 땀흘리고 소통하고 화합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운동 2시간 하고 들어가면, 공부 2시간 더합니다. 스포츠 활동이 우리 가정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확신합니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서울 개포동 수도공고에서 펼쳐진 강남학생행복축제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있다.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
4700명의 강남학생, 한자리에서 즐긴 행복축제


유 교육장은 올해 처음으로 학생 행복축제를 기획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시한 아젠다 '진로체험, 인성, 독서, 학습공동체' 등을 기반으로 체험마당 부스를 기획했다. "이 가치들을 피부로 느끼게, 직접 몸으로 체험하게 해보자고 했죠."

11개 교육지청에 각 2200만원의 예산이 주어졌다. 돈을 뛰어넘는 풍성한 잔칫상은 지역사회의 자발적 노력 덕분이다. 강남교육지원청과 MOU를 맺은 다양한 기관들이 앞다퉈 부스를 신청했다. 자연스럽게 재능기부도 자청했다. MBC아카데미와 함께한 아나운서 교실과 간이 스튜디오, 휘문중, 숙명여중, 세화여중 선수들이 나선 농구, 배구 교실에 아이들은 열광했다. 로봇고, 디자인공고 등 관내 특성화 고교들의 부스에는 관심있는 중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충남 청양 농협에서 개설한 농촌체험 부스도 인기폭발이었다. 떡을 메치고, 볏짚으로 달걀꾸러미를 만드느라 도시아이들은 신이 났다. 위피크 등과 함께한 20개의 뉴스포츠클럽 부스는 소위 '대박'이 났다. 점프밴드, 라켓룬, 스피드민턴, 스캐터볼, 플라이디스크 등 교구를 활용한 신기한 뉴스포츠에 온라인게임만 하던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유 교육장 역시 뉴스포츠의 매력에 반했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앞으로 체육관을 지으면 시설 구입비 3500만원중 500만원은 뉴스포츠쪽으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정도예요. 운동하기 싫어하는 여학생들도 놀이 개념으로 신나게 즐기더라고요." 3300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예상했던 행사장에는 무려 4700명이 다녀갔다. 격려차 들른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도 볼거리 넘치는 축제를 행복하게 즐겼다.

유 교육장은 "그동안 예체능 교육이 학교에서 홀대받아왔어요. 요즘 학교체육에선 바람직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끼린 '체육선생님들이 빛보는 시대가 왔다'고 농담을 합니다"라며 웃었다. "결국 지향점은 행복교육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선 3가지가 있어야 해요. 하고싶은 일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요.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해야 하구요"라고 했다. "스포츠 활동이 우리아이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삶을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바꿔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교육 1번지' 강남이 '체육교육 1번지' '행복교육 1번지'를 향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