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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펜싱도 보고, 대학진학에 필요한 자원봉사 점수도 쌓고, 정말 좋은 기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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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 자매는 2008년 한달 차이로 펜싱을 시작했다. 열살이던 언니 윤서가 한달 먼저 검을 잡았다. 동생 윤제는 "재밌게 보여서, 질투나서 나도 따라 시작했다"며 웃었다. 펜싱을 시작한 동기도 재밌다. "원래 축구를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허벅지 두꺼워진다고 그만하라고 하셨어요. 그러다 TV에서 본 우아한 펜싱동작에 마음을 뺏겼죠." 처음엔 플뢰레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에페선수로 맹활약중이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대학펜싱선수권을 알게 됐다. 펜싱클럽에서 만난 노스웨스턴대 '언니' 역시 지난해 한미대학펜싱선수권에 인턴으로 참가했다고 귀띔했다. "굉장히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라며 강추했단다. 13일 시작되는 대회를 앞두고 자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정말 좋은 기회죠. 좋아하는 펜싱도 보고, 대학갈 때 필요한 자원봉사 점수도 딸 수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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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윤제 자매는 스마트하다. LA말보로 여자중학교의 소문난 우등생이다. 윤서의 지난학기 학점은 4.5만점에 4.19점이다. 학교장이 수여하는 최우등상을 받았다. 윤제 역시 매년 우등상을 놓치지 않았다. 자매는 지난해 한국사 퀴즈대회에서도 나란히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상금 1000달러를 받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한국어도 유창하다. 일주일에 4~5번 펜싱을 하는 이 소녀들의 성적이 언제나 최상위권이라는 점은 인상적이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익숙해진 이들은 중학생이 일주일에 4~5번 펜싱을 배운다고 하면 먼저 성적 걱정부터 한다. 자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운동하는 애들은 맨날 수업도 빠지고, 운동하면 공부 못한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달라요. 전국대회 갈 때 2~3일 정도 수업을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선생님들이 강의내용을 녹음해주세요. 좋은 선생님들은 보충수업도 해주시고요." 학교체육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증언하듯 소녀들은 "운동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했다. "집중할 때 훨씬 도움이 돼요. 시간관리를 잘할 수 있어요. 펜싱하느라 시간이 없으니까 공부할 땐정말 열심히 하게 되거든요."(윤서) "펜싱을 잘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해요. 체력적으로도 강해야 하지만 생각을 정말 많이 해야 돼요."(윤제) 속사포처럼 빠르게 질세라 번갈아 '펜싱예찬론'을 펼치는 자매의 볼은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펜싱을 그만두라고 한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언니 윤서가 당당하게 응수했다. "펜싱을 그만둬도 공부하는 양은 똑같을 걸요. 드디어 우리가 좋아하는 운동을 찾았으니 끝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닮은꼴 자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