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신기자의 開口]선수성추행, 결국 시각의 문제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8-05 09:10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성추행, 폭행, 비리…. 체육계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최근 또다시 선수 성추행 문제가 터졌다. 역도에서 터졌다. 역도대표팀 A선수가 오승우 대표팀 감독이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오 감독은 오해였다고 해명했다.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포츠의 현장은 가장 순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성추행 논란 뿐 아니다. 폭행 문제도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편집국에 있으면 이와 관련된 제보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사실관계를 떠나 한숨만 나온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해당 단체, 대한체육회는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역도연맹은 이 문제들 그냥 덮으려고 한 듯 하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부랴부랴 대처에 나섰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 '눈가리고 아웅'같다.

대한체육회도 강경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는 안그랬던가.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선수를 바라보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솔직히 말해보자. 취재 현장에서 느껴지는, 위에서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운동기계'다. 성적만을 보는 것같다. 물론 지도자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인격체인 선수를 인정하지 않는 듯 하다. 목표에 모든 것이 묻혀진다. 이 과정에서 비인간적인 조치가 오가기도 한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각 체육단체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태극마크를 무기로 선수, 해당팀을 얽어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종의 협박이다. 한편에서는 '선수가 크면 다루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잘나갈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길들이기에 나선다. 언론노출 등을 가로막기도 한다. 스타선수는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모든 게 결국은 시각의 문제다. 선수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이다. 성적만이 전부다.

스포츠는 가장 순수한 현장이다. 정상을 위해 땀을 흘리는 선수는, 가장 순수한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당연히 대우를 받아야 한다. 운동기계가 절대 아니다. 성적과 함께 땀도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지도자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지도자들이 선수를 자식처럼 아낀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일각에서 벌어지는 일로 이런 지도자들의 노력이 묻혀지는 게 안타깝기는 하다. 하지만 잘못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선수들도 변해야 한다. 운동이 모든 것인 시대는 지났다. '공부하는 선수'의 시대다. 몸과 함께 머리와 마음을 닦아야 한다. 우리나라 스포츠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얼마전 이런 보도가 있었다. 정부에서 각급 체육 단체장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체육단체 운영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체육단체장들의 임기와 조직 운영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본인의 명예를 위해 체육단체장을 하거나 (체육단체를) 장기간 운영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에 따른 조치다.

때마침 잘됐다. 이번 기회에 체육계의 근본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선수에 대한 시각도, 선수도 달라져야 한다.

성추행, 폭행, 비리…. 두번 다시 이런 소식은 듣고 싶지 않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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