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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스타 라경민 당찬도전 "감독 전관왕"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7-24 23:16 | 최종수정 2013-07-25 08:24


이달 초 여름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을 지휘한 라경민 감독(맨 오른쪽)이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라 감독은 남은 가을철 선수권과 전국체전까지 석권해 전관왕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사진제공=대교 스포츠단



배드민턴 여자 실업팀 대교눈높이를 지휘하고 있는 라경민 감독(37)은 국제 아마 스포츠 역사에서 몇 안되는 스타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은퇴한 그녀는 지금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에 소개돼 있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아테네올림픽 이전까지 전성기를 달릴 때 수립한 국제대회 72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은 앞으로도 영원히 깨지기 힘든 대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남편이 된 김동문(38·원광대 교수)과 함께 최고의 혼합복식조를 형성하면서 세운 기록이었다.

그런 라경민이 새로운 대기록을 향해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선수 시절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지도자로 변신한 그녀에게, 국내 배드민턴 역사에서는 의미있는 대기록이다.

라 감독이 목표로 삼은 대기록은 한 시즌 전관왕이다. 라 감독은 "오랜 기간 동안 어느 팀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배드민턴에서 한 시즌 전관왕은 봄-여름-가을철 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 등 4개 대회를 단일팀이 싹쓸이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대표가 모두 참가하는 이들 4개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종합대회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크고, 경쟁도 치열하다.

라 감독은 전관왕과 인연이 깊다. 선수 시절이던 1999년 대교눈높이 소속으로 뛰면서 사상 최초로 전관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 당시 대교눈높이는 창단(1997년) 3년차의 풋내기여서 놀라운 쾌거여다. 복식의 간판주자로 뛰었던 라 감독은 여자단식 세계 최강이던 선배 방수현과 한솥밥을 먹으며 여자 실업팀 후발 주자의 황금기를 이끈 것이다.


그 때 라 감독이 경험한 전관왕 기록은 14년이 흐른 지금까지 또 나온 적이 없다. 전통의 강호 삼성전기는 물론 대교눈높이도 다시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상대 팀들의 견제가 심한 데다, 부상없는 선수 관리와 운도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한 시즌에 주요 대회를 독식한다는 게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라 감독은 대교 지휘봉을 잡은 지 이제 2년을 넘긴 초보 사령탑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선수 시절 자신이 달성했던 기록을 감독으로서 재현하겠다고 도전장을 던질 만큼 전성기 시절 승부욕이 살아난 것이다.

그럴 만한 믿는 구석도 있다. 대교눈높이는 올해 봄철과 여름철 선수권에서 이미 2연승을 기록중이다. 지난 2011년 라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해도 삼성전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대교눈높이의 위력은 크게 위축돼 있었다. 세대교체가 진행중인 과도기여서 경험이 부족한 고졸 젊은 피로 새로 시작한 데다, 복식의 간판주자였던 하정은마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창원시청으로 이적했다.

결국 라경민은 출전시킬 선수가 부족해 작년까지 2년 동안 국내대회에 감독 겸 선수로서 출전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자신이 선수로 출전한 2012년 여름철 선수권에서 단체전 준우승을 견인하더니 올 들어서는 연거푸 우승 조련술을 발휘한 것이다.

'고기를 많이 먹어 본' 라경민의 개인기 전수가 효력을 발휘한 데다, 고은별 이현진 박소영 최혜인 등 미래 꿈나무들이 서서히 뿌리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교눈높이는 정식 전담코치가 없었던 과거의 틀을 깨고 주니어대표팀 코치 출신인 허훈회 코치(32)를 새로 영입해 남자 지도자의 강한 근성도 주입하는데 성공했단다.

라 감독은 "요즘 우리 팀의 전력을 보면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이고 앞으로 희망도 보인다"면서 "앞으로 내가 선수로 출전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 출신 감독이 선수로 뛰는 볼거리는 사라졌지만 한국 배드민턴사에 남을 대기록이 달성될지 또다른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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