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사교육1번지 목동의 대반전,월촌중 고무줄 뛰는 소녀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6-03 17:32 | 최종수정 2013-06-04 08:16


목동 월촌중학교 <청소년 건강체력증진 및 인성교육강화를 위한 MOVE SPORT 프로그램 >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8/

목동 월촌중학교 <청소년 건강체력증진 및 인성교육강화를 위한 MOVE SPORT 프로그램>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8/

목동 월촌중학교 <청소년 건강체력증진 및 인성교육강화를 위한 MOVE SPORT 프로그램>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8/

즐거운 반전이다. '○○독서실' '○○수학' '○○영어' 간판이 즐비한 사교육 1번지 목동의 운동장 귀퉁이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움직임(MOVE)'이 감지됐다. 가랑비가 흩뿌리던 5월 말, 이른 아침 교문으로 들어서는 여학생들의 표정엔 활기가 넘쳐났다. 운동장 옆 시청각실에서 체육수업용 공과 교구를 꺼내더니, 빨강 파랑 노랑 하양 조끼를 일사불란하게 나눠입었다.

의미있는 반전이다. 오전 7시 50분 텅빈 학교 운동장의 주인은 어여쁜 여학생들이었다. 학교 체육시간 뒤로 주춤 물러났던 '마이너리티' 여학생들이 아침 체육시간엔 주인공으로 나섰다. 비도, 잠도 이기고 운동장에 나타난 19명의 학생들 중 18명이 씩씩한 여학생들이었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과 데상트코리아, 스포츠 솔루션 기업 위피크가 학교체육 활성화를 기치로 의기투합했다. '학생 건강체력증진 및 인성교육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스포츠패션 전문기업 데상트코리아가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비를 지원하고, 위피크가 과학적인 12주 아침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한다. 서울시교육청이 1차 대상학교 50개교를 선정하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목동 월촌중학교 <청소년 건강체력증진 및 인성교육강화를 위한 MOVE SPORT 프로그램>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8/
목동의 월촌중 역시 '열혈 여교사' 원명자 체육부장의 지도 아래 지난 4월부터 '무브스포츠(MOVE SPORT)'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체육 참여 희망자를 모집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학교체육에 소극적인 줄로만 알았던 여학생들이 대거 지원했다. 원 교사는 "아마도 지도교사가 여성인 것이 영향을 준 모양"이라며 웃었다. 이후 아침마다 여학생들의 즐거운 변화가 시작됐다. 피구, 농구, 축구만 하는 뻔한 체육시간이 아니다. 게임, 놀이 형태의 쉽고 재밌는 체육, 기능 습득이 아닌 운동체력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에 활짝 마음을 열었다. 이날 워밍업용 공 전달하기 게임에 이어 진행된 아침 프로그램은 '점프밴드'였다. 80~90년대 동네 초등학교 어귀에선 어김없이 보게 되던 '고무줄 뛰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그시절 '고무줄 뛰기'의 술래는 노래만 부르며 부동자세로 서 있었지만, '점프밴드'에선 술래도 쉴새없이 함께 뛴다. 10대 소녀들이 음악에 맞춰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이 더없이 유쾌했다. "앞으로! 뒤로! 좋아! 박수 치면서!"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신명나게 발을 맞췄다.

원 교사는 "체육을 잘하는 아이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즐길 준비가 된 아이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아침에 땀을 빼니 뇌가 활성화돼 공부가 잘된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운동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갈 때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보람 있다."

30~40분 신나게 땀을 흘린 소녀들도 이구동성 '아침체육' 예찬론을 펼쳤다. 이 학교 3학년생 이지수양(15)은 "일주일에 2번씩 두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처음엔 아침에 일어나기가 귀찮았는데, 그 순간을 이기고 나와서 뛰다보면 정말 상쾌해진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늘 출석률은 90% 이상"이라며 웃었다. 후배들의 목소리도 같았다. 막내인 1학년 김 단양(13)은 몸으로 느낀 아침운동의 효과를 직접 설명했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한 운동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운동을 시작한 후 1교시 때 집중이 오히려 더 잘된다. 예전엔 많이 졸렸는데, 체력이 좋아져서인지 공부가 더 잘된다"고 했다. "아침운동을 자원한 친구들 중에는 적극적이고 활달한 애들이 많다. 운동을 통해 선후배와 더 친해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함께 운동하는 선후배들이 생기면서 학교 오는 것이 즐거워졌다"는 2학년 금나연양(14)의 말에 소녀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원 숙제, 학교 시험에 시달리는 목동의 여학생들에게 아침운동은 '활력소'다.

김기숙 월촌중 교감은 제자들의 아침운동 내내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외동인 경우가 많다. 자기밖에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배려심과 협동심을 함께 길러줄 것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학교체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업과 프로그램도 감사하다. 우리 아이들의 체력이 국력인 만큼, 학교체육에 대한 더 많은 기업들의 더 많은 후원이 뒤따랐으면 좋겠다"는 교육 현장의 희망도 덧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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