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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리그 클래식, 날씨만큼이나 그라운드도 뜨겁다. 순위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전반기 결산 '이제는 클래스다!', 세 번째 보고서를 공개한다.
스포츠 2팀
[넘버원]관중 위해 군복입은 감독
평생 축구만 했다. 병역 의무도 선물을 받았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로 6주 훈련을 받았다. 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별 3개의 군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반드시 승리하겠다." 1만8751명이 들어선 제주월드컵경기장이 덩달아 흥분했다. 함성으로 가득했다. 제주와 서울은 4골씩 주고 받는 공격축구의 진수를 펼쳤다. 치열한 경기로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그러나 박 감독은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다시 한번 군복을 입었다. 그는 관중들과 함께 프리허그를 하고, 사진을 다 찍고 나서야 쉴 수 있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망가져서 관중이 한명이라도 더 찾아온다면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이 있겠나. 다음번에는 어떤 이벤트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팬을 위해서라면 권위의 상징인 지도자도 희생해야 한다. 박 감독은 5월의 넘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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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인천의 재정 건전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2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임금 체불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선수 임금 지급을 위해 사채를 사용했단다. 인천의 채무는 약 33억원에 이른다. 광고 수주액이 약속 날짜에 들어오지 않아 고육지책으로 조동암 인천 대표가 지인에게 돈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는게 인천의 해명이다. 그러나 방만 경영이 빚어낸 변명할 수 없는 결과다.
2004년 3월 시민공모주를 통해 약 67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한 인천은 2010년(52억원)과 2011년(34억원)에 연속으로 적자를 내며 자본금마저 이미 잠식당했다. 2010년 송영길 인천 시장이 구단주가 되면서 한 술 더 떴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재정 상태를 더 악화시켰다. 곳간은 비었지만 씀씀이는 기업구단에 버금간다. 인천은 지난해 운영비로 총 190억원을 썼고 40~5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긴축 경영으로 올해 예산을 150억원(인천시 지원금 30억원)으로 잡았지만 여전히 다른 시도민구단보다 적게는 30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의 구단 운영비를 더 사용하고 있다. 자기 분수를 모른다.
흑자를 내면서 기업구단 못지 않은 예산을 사용한다면 정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도 아낄 줄을 모른다. 경영 악화의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사채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구단 해체 등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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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지나쳤다.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박수를 받으며 10년 만의 재기에 성공한 FC안양, 현주소는 부끄러웠다. 일부 강성 서포터스가 또 사고를 쳤다. 이미 3월 한 차례 소요사태가 있었다. 사과성명까지 냈다. 지난달 18일에는 위험 수위를 한참 넘은 추태로 그라운드를 진흙탕으로 물들였다. 이날 안양은 안방에서 챌린지(2부 리그) 경찰축구단과 격돌했다. 눈을 어지럽힌 것은 황당한 문구의 걸개였다. 'O당하고 O기한 O성같은 밴드', 걸개 문구의 앞글자만 따면 연예인 A의 이름이다. 경찰축구단의 B선수를 향한 도발이었다. 둘의 황당한 염문설이 한때 나돌았지만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특히 이날 경기장에는 B선수의 아내와 아이가 경기장을 찾았다.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도발'이었다. 그들이 받을 상처는 누가 책임질건가. 더군다나 일부 서포터스는 경기를 마치고 구단 버스에 올라 타는 B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B선수의 원 소속팀이 연고지를 안양에서 서울로 옮긴 구단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죄가 아니다. 서포터스의 변명은 더 가관이었다. 구단 관계자가 걸개를 제지하자 "우리는 OOO밴드를 응원하기 위해 걸은 걸개"라며 시치미를 뗐단다. 입에 담기도 부끄럽다. 정신 좀 차리자.
서포터스에 끌려다니는 듯한 안양 구단, 그대들도 잘못이 크다. '도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설픈 변명에 아무 조치도 안한 것은 '방조'다. 원정팀의 선수 보호는 홈팀의 의무다. 소홀한 관리는 당신들 책임이다. 지탄받아 마땅하다.
새롭게 도래한 얀양의 시대, 하지만 아직은 먼 듯 하다. 철저한 반성없이 새시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