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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김연아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야기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3-18 09:35 | 최종수정 2013-03-18 09:35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는 김연아.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팬이 되련다. 그녀의 지지자가 되련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이 시간부로 그렇다. 그녀의 화려한 복귀식, 완벽했다. 그보다, 그녀의 말에 더 반했다. 생각에 반했다.

사실 그동안 본 기자는 김연아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뭔가 진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본 기자의 판단이었다. 하여간 조금은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다르게 보인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등을 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인터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정말 배울 게 많은 선수구나"라는 마음이 든다. 하긴, 그러니까 세계 정상이겠지만 말이다.

그녀의 인터뷰를 다시 들어보자. "그동안 대회를 많이 하면서 느낀 점은 연습한 만큼 실전에 나오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 얼음 위에 서는 게 사실 너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연습 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그것을 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동안 눈만 뜨면 연습을 했다고 한다.

말은 쉽다. 하지만 마음 먹는 것과 노력하는 것, 전혀 다른 문제다.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그녀는 둘을 한줄에 세웠다. 힘겨움을, 주위의 유혹을 뿌리쳤다. '땀의 대가'를 아는 것이다. 정말 꼭 배워야 할 점이다.

이런 말도 했다. "어느 정도 (재능을)타고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솔직히 주변을 보면 저보다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을 보면 타고난 것 같긴 하다." 웃었다. 절대 잘난 척이 아니다. 그 다음 말이 중요하다. "반대로 재능이 많은데 그걸 모르고 노력을 안 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러면 아무도 재능이 있는지 모른다. 타고난 것도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정말 많은 것을 안다. 밑줄 긋고 명심해야 할 말이다.

그렇다. 우리들은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부모님은 나에게 재주 하나 못 물려주셨나'라고 말이다. 그런데 한번 돌이켜보자. 무엇을 하기 위해 얼만큼 땀을 흘렸는지 말이다. 정말 후회없이 온 힘을 쏟아부었는지. 대부분 아니다.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노력이 부족해서다. '재능은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노력하면, 열정을 가지면 안 될 게 없다는 뜻일 게다. 그녀의 말에서 또 한번 배운다.


그 다음 말에서는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선수들이 쇼트프로그램을 망쳤을 때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빨리 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보통 사람들도 살다가 고통스러운 일을 겪는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걸 생각하면 걱정한다고, 힘들어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석연찮은 판정이 나왔다. 피해를 입었다. 롱에지 판정으로 예상보다 점수를 못 받았다. 외신들도 모두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녀는 "롱에지 판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나온 판정을 바꿀 수 없으니까 프리스케이팅에서 더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심판들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보자. 원망보다 다음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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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거만 탓하면 나아질 건 아무것도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우리들은 자꾸 그 단순한 사실을 까먹는다. 미련 때문에, 아쉬움 때문에, 집착 때문에 더 많은 걸 잃는 일이 많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인데 말이다.

이제 스물세살의 '아가씨'가 한 말들이다. 정말 많이 배웠다. 많이 느꼈다.

그녀에게 우리는 또 다른 선물도 받았다.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3장이나 생겼다. 그녀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한국 피겨 선수들에게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고 추억이 된다. 그런 좋은 기회를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만족한다"고 했다. 많이 배웠다. 그리고 그녀에게 많이 고맙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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