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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손연재 런던행 성공의 3가지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9-25 14:23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손연재-신수지  스포츠조선 DB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7·세종고)가 24일(한국시각) 프랑스 몽펠리에 리듬체조세계선수권에서 당당히 세계랭킹 11위에 올랐다. 그토록 꿈꾸던 런던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자신감 넘치는 연기로 올시즌 눈부신 성장세를 세계 무대에서 유감없이 선보였다. 깜찍한 동양인 소녀의 선전에 유럽 팬들도 환호했다. 손연재의 '런던행 프로젝트'의 성공요인을 짚었다.


◇손연재-김연아  스포츠조선 DB
'신수지+김연아' 걸출한 언니들의 노하우

손연재의 런던행 성공 뒤에는 신수지(20·세종대)와 김연아(21·고려대)라는 대한민국 걸출한 스포츠 스타들의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때 손연재의 길을 한걸음 먼저 걸었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 러시아 전담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노보고르스크, 크로아티아 전훈을 경험했다. 2007년 그리스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7위에 올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세계 12위에 올랐다. 3살 아래 손연재는 '수지 언니'의 쾌거를 보며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 신수지는 "연재는 정말 귀여운 후배다. 운동과 생활에서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물어본다"고 했다.

한때 IB스포츠에서 한솥밥을 먹은 '피겨여신' 김연아의 존재도 손연재의 급성장에 자양분이 됐다. 손연재는 중학교 때부터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와 함께 하는 행운을 얻었다.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에 대해 늘 "세계 1등인 연아 언니와 나는 비교할 수 없다"며 자신을 낮췄지만 '제1의 손연재'가 되고 싶은 꿈은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일찍이 김연아를 통해 축적된 IB스포츠의 스포츠 마케팅 노하우는 손연재의 꿈을 실현하는 데 현실적인 도움이 됐다. 국민은행, KCC, 제이 에스티나, P&G 위스퍼 등 김연아를 후원했던 광고-후원사들이 손연재에게도 호감을 보였다. 스포츠용품 휠라와 더 페이스샵 등 화장품 업계도 후원을 약속했다. 올해 초 손연재는 LG에어컨 휘센 모델을 꿰차며 김연아의 삼성하우젠과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6월엔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착안한 'LG휘센 리듬체조 갈라쇼'를 개최하며 세계 리듬체조계에 한국의 힘을 알렸다.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 볼 종목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손연재.  사진제공=IB스포츠
러시아 전훈+월드컵 시리즈 출전_

러시아는 리듬체조 종주국이다. 한국가당 2명으로 출전을 제한하는 국가별 쿼터제가 없었다면 모든 대회에서 1~10위를 싹쓸이할 수도 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직후 '런던 프로젝트'에 돌입한 손연재는 1월 초 러시아 대표팀의 훈련센터인 노보고르스크로 떠났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 시즌 5차례나 국제체조연맹(FIG)주관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했다. 지난 시즌 20~30위권을 맴돌던 순위는 10위권 초반으로 뛰어올랐고, 24~25점을 맴돌던 점수는 26~27점대로 업그레이드됐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다리아 콘다코바 등 세계 최강의 러시아 선수들과 교류하며 인지도와 실력을 조금씩 쌓아갔다. 깜찍한 외모에 빈틈없는 연기로 매 대회 진화하는 열일곱 살 동양인 소녀에게 유럽 리듬체조계는 환호했다.


'깜찍한 독종' 혼자서도 잘해요

손연재의 어머니 윤현숙씨는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주칠 때마다 언제나 카메라 뒤에 한발짝 물러서 있다. '외동딸' 손연재를 누구보다 강하게 키우고 있다. 올해 시니어 2년차인 손연재는 러시아에서 나홀로 생활한다. 유럽 각지에서 열린 월드컵 시리즈 대회를 나홀로 씩씩하게 다녔다. 리듬체조 선수들은 후프, 볼, 곤봉, 리본 등 소중한 수구들을 기내에 들고 탄다. 40㎏대 초반의 갸냘픈 몸으로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9개월 동안 외로운 강행군을 펼쳤다. 러시아에선 하루 8시간 연습을 빼놓지 않았다. 국내에 들어와 있던 기간에도 세종고과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매일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독종' 손연재의 면모는 경기 운영 능력에서도 발견된다. 보통 이틀에 나뉘어 진행되는 월드컵 시리즈 예선전은 첫날 후프-볼, 둘째날 곤봉-리본 순으로 펼쳐진다. 시즌 초 손연재는 첫날 후프-볼 종목보다, 이튿날 곤봉-리본에서 부진했던 적이 많았다. 체력이 떨어지며 실수가 잦았던 곤봉-리본 종목을 혹독하게 준비했다. 뒷심 부족의 핸디캡을 보란 듯이 극복해냈다. 24일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결선 리본 종목에서 받은 26.900점은 직전 대회인 타슈켄트 ?d드컵(27.525점)에 이은 올시즌 두번째 고득점이다. 런던행을 결정지은 마지막 종목인 곤봉에서도 4종목 중 최고 점수(27.150점)를 받고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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