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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계에 도전하는 세계마라톤, 11년째 제자리 한국마라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9-25 20:47


3분42초. 종전 3분21초에서 21초가 더 벌어졌다. 한국 기록은 11년째 정체돼 있는데 또 세계기록은 더 빨라졌다.

한국 남자마라톤이 '포스트 이봉주'를 찾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있다. 반면 2000년대 후반부터 '스피드 전쟁'이 붙은 세계마라톤은 한계를 모르고 빨라지고 있다.

종전 남자마라톤 세계기록은 2008년 백전노장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에티오피아)가 세운 2시간3분59초였다. 기록이 잘 나오기로 정평이 나있는 독일 베를린 시내코스(지난 13년 동안 7번 세계기록 수립)에서 세웠다. 3년 만에 그 기록이 깨졌다. 앞으로 더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는 케냐의 26세 청년 패트릭 마카우가 25일(한국시각) 베를린마라톤에서 종전 기록을 21초 앞당기며 2시간3분38초(국제육상경기연맹 기록 인정 필요)의 세계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마라톤 풀코스 입문 2년 만에 이룬 업적이었다.

일찌감치 하프마라톤으로 이름을 떨쳤던 마카우는 2010년 네덜란드 로테르담마라톤에서 2시간4분48초로 첫 우승했다. 역대 마라톤 풀코스 4번째 빠른 기록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조만간 게브르셀라시에의 기록을 뛰어넘을 후보로 꼽혔다. 마카우는 2009년 첫 풀코스 마라톤에서 4위를 했다. 순위보다 놀라운 것은 기록이었다. 2시간6분14초. 하프마라톤으로 스피드가 몸에 밴 그에게 풀코스는 큰 차이가 없었다.

2011년 런던마라톤에선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끝까지 달려 엠마누엘 무타이(2시간4분40초), 마틴 렐(2시간5분45초)에 이어 2시간5분45초로 3위를 했다. 마카우는 렐에 근소한 차이로 졌다. 대개 마라토너들은 레이스 중간에 넘어질 경우 리듬을 잃고 만다. 하지만 마카우는 뛰어난 승부근성과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카우의 이번 레이스 평균속도는 초속 5.6m다. 100m를 평균 17초58의 스피드로 달린 셈이다.마카우의 기록은 한국 기록(2시간7분20초, 이봉주, 2000년)보다 3분42초 빨랐다. 이걸 거리상으로 환산하면 마카우와 이봉주의 차이는 1227m다. 마카우와 이봉주가 같이 달렸다고 봤을 때 마카우가 42.195km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때 이봉주는 40.968km 지점을 달린 셈이다.

이봉주는 2009년 은퇴했다. 한국 마라톤은 포스트 이봉주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최고로 잘 달린 정진혁(2시간17분4초)이 23위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 한국 마라톤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될성 부른 떡잎도 없고, 고 정봉수(황영조 이봉주 등의 스승) 같은 지도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마라톤이 끝모를 슬럼프에 빠져 있지만 세계마라톤은 차원이 다르다. 스포츠과학자들은 3~4년 내에 2시간2분 벽이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폴 터갓(케냐)이 2시간 4분대 진입한 후 게브르셀라시에가 3분 벽을 부수는데 5년이 걸렸다.


지금도 첨단과학이 낳은 초경량 신발과 유니폼이 나오고 있고, 기록을 내기 위한 최적의 마라톤 코스가 개발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 발표된 인간의 한계 예상치는 1시간57분대다. 미국 켄터키주립대 스포츠과학자들의 모의 실험 결과다. 100m를 16초63으로 달리는 속도를 끝까지 유지해야 그 기록을 낼 수 있다.

지난 4월 보스턴마라톤에선 비공인이었지만 제프리 무타이(케냐)가 2시간3분2초에 풀코스를 달리기도 했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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