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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과 연륜은 숫자에 불과하지 않았다.
서로 마주한 마리아 호세 마르티네스 산체스(29·세계랭킹 36위·스페인)와 갈리나 보스코보에바(27·세계 82위·카자흐스탄)는 이번 대회 이변의 주인공들이었다.
산체스는 준결승에서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클라라 자코팔로바(세계 43위·체코)를 2대0(6-3, 6-2)으로 완파했다.
보스코보에바는 산체스에 비하면 중량감이 훨씬 더 컸다. 이번 대회 톱시드였던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세계 8위·이탈리아)를 꺾은 베라 두셰비나(세계 65위·러시아)를 8강에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세계랭킹에서 47계단이나 높은 폴로나 헤르코그(세계 35위·슬로베니아)를 2대0(6-1, 6-4)으로 완파했다. 특히 두셰비나와 함께 짝을 이룬 복식에서도 결승행에 성공해 한솔오픈 창설 7년 만에 사상 첫 단-복식 2관왕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두 살 젊은 보스코보에바의 파죽지세는 관록의 상위 랭커 산체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산체스는 이날 보스코보에바를 2대0(7-6<0>, 7-6<2>)으로 꺾었다.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산체스의 노련미가 결국 앞섰다.
산체스(1m76) 보다 7cm나 큰 보스코보에바(1m83)는 신체적 장점과 젊은 패기를 이용해 포핸드 스트로크 등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 이에 반해 산체스는 상대의 타이밍을 끊는 발리샷과 실책을 유도하는 네트 플레이로 재치있게 맞섰다.
결국 산체스는 지난해 이 대회 복식에만 출전했다가 첫 판에서 탈락했던 아쉬움을 훌훌 날려버렸고, 보스코보에바는 생애 첫 투어대회 단식 타이틀을 아쉽게 날려버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