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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일간의 열전을 치뤘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메달을 딴 선수들의 환희와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눈물에 쏠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최악의 불운을 겪은 선수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출발 실격으로 세계선수권 남자 100m 2연패를 놓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아니다. 대회 직전 입은 부상으로 대구에 입성하고도 한 경기에 나서지도 못한 '무관의 제왕'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 허벅지 부상으로 대회 3연패를 놓친 블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도 아니다. 이 정도로는 최악의 불운 후보에는 오를지 몰라도 1등을 차지하긴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 순간 착지후 뒤로 묶은 머리가 모래에 닿은 것이 화근이었다. 다리와 엉덩이가 착지한 7m 지점이 아닌 머리가 모래에 닿은 지점이 이바노바의 최종 기록이 된 것. 결국 이바노바는 남은 세 차례의 시기에서 모두 파울을 범했고 대회를 4위로 마감하게 됐다.
머리가 닿지만 않았어도 이바노바의 기록은 6m90에 근접하거나 넘었을지도 모른다. 1차시기에서 6m82를 넘고 나머지 시기에서 모두 파울을 범한 리즈의 기록보다도 앞선다.
긴 머리 때문에 금메달과 상금 6만달러(약 6400만원)을 놓친 일대의 사건이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 장면을 두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말도안되는 사건'으로 꼽았다.
이바노바가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생각해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대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