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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대구육상]한국 초라한 성적표, 중일과 격차 더 벌어져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19:21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국민들에게 육상의 재미와 함께 분명한 한 가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한국육상의 수준이 세계육상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근거리에서 확인했다.

한 육상인은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의 성적은 달콤한 독이었다. 아시아와 세계 무대는 확실히 달랐다"면서 "더 길게 보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육상은 단기간에 세계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육상은 지난해 11월 광저우에서 금 4개를 땄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로 부진했던 한국육상이 1986년 서울대회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자랑했다. 10개월이 지난 후 안방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우려했던 대로 참담했다. 당초 육상연맹이 내건 목표는 '10-10'이었다. 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선 진출자를 내겠다고 했다. 아예 메달은 목표로 잡지도 못했다.

60명의 태극전사가 이를 악물고 뛰었지만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만 결선에 올랐다. 예선이 없는 남자 경보 20km의 김현섭은 6위, 남자 경보 50km의 박칠성은 한국기록을 세우며 7위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남자 10종의 김건우와 남자 400·1600m계주팀도 순위는 저조했지만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이게 그래도 없는 자랑 거리 중 칭찬해줄만한 결과물이다.

육상은 정직한 종목이었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 축구 등과는 달랐다. 메달을 내심 기대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은 스웨덴(95년 예테보리대회)과 캐나다(2001년 에드먼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개최국 '노(no) 메달'의 불명예를 남겼다. 이웃 일본은 91년 도쿄대회에선 다니구치 히로미(남자 마라톤 금)가, 2007년 오사카대회에선 토사 레이코(여자 마라톤 동)가 메달을 따 체면을 세웠다. 한국은 제 1회 대회부터 이번까지 총 13번 모두 출전해지만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여전히 한국의 세계육상 최고 성적은 93년 대회에서 세운 김재룡의 남자 마라톤 4위다.

이웃 중국, 일본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1개(리얀펑 여자 투원반), 은 2개(류시앙 남자 110m허들, 류홍 여자 경보 20km)를 땄다. 일본은 금 1개(무로후시 고지 남자 투해머)를 가져갔다. 2년전 베를린대회에선 중국은 금 1개, 은 1개, 동 2개, 일본은 은 1개, 동 1개를 획득했다. 중국과 일본은 2년 사이에 업그레이드됐다.

풍부한 선수 자원을 가진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부터 국가가 나서 육상 살리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국, 유럽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다. 일본은 하이테크놀로지를 앞세워 과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력으로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가진 자원도 없고, 일본이 가진 기술력도 없다. 그런데 한국은 대처 방식이 항상 똑같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지루한 분석 자료와 대책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분석 보고서에는 선수들의 나태한 정신력을 탓하고, 국내 지도자들의 지도력, 얇은 선수층을 들먹이면서 신세한탄을 할 것이다. 또 이번에 괜찮은 성적을 낸 경보 등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할 것이다.

남자 400m 국가대표 박봉고는 기자들에게 "우리도 못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축구 처럼 꾸준히 지원하면 육상에서도 걸출한 한두 명의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박봉고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 처럼 비인기 스포츠에 머물러 있는 육상에다 축구 처럼 많은 돈을 쏟아부을 기업이 없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육상은 금방 성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나중에 큰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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