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국민들에게 육상의 재미와 함께 분명한 한 가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한국육상의 수준이 세계육상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근거리에서 확인했다.
육상은 정직한 종목이었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 축구 등과는 달랐다. 메달을 내심 기대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은 스웨덴(95년 예테보리대회)과 캐나다(2001년 에드먼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개최국 '노(no) 메달'의 불명예를 남겼다. 이웃 일본은 91년 도쿄대회에선 다니구치 히로미(남자 마라톤 금)가, 2007년 오사카대회에선 토사 레이코(여자 마라톤 동)가 메달을 따 체면을 세웠다. 한국은 제 1회 대회부터 이번까지 총 13번 모두 출전해지만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여전히 한국의 세계육상 최고 성적은 93년 대회에서 세운 김재룡의 남자 마라톤 4위다.
이웃 중국, 일본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1개(리얀펑 여자 투원반), 은 2개(류시앙 남자 110m허들, 류홍 여자 경보 20km)를 땄다. 일본은 금 1개(무로후시 고지 남자 투해머)를 가져갔다. 2년전 베를린대회에선 중국은 금 1개, 은 1개, 동 2개, 일본은 은 1개, 동 1개를 획득했다. 중국과 일본은 2년 사이에 업그레이드됐다.
풍부한 선수 자원을 가진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부터 국가가 나서 육상 살리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국, 유럽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다. 일본은 하이테크놀로지를 앞세워 과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력으로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가진 자원도 없고, 일본이 가진 기술력도 없다. 그런데 한국은 대처 방식이 항상 똑같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지루한 분석 자료와 대책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분석 보고서에는 선수들의 나태한 정신력을 탓하고, 국내 지도자들의 지도력, 얇은 선수층을 들먹이면서 신세한탄을 할 것이다. 또 이번에 괜찮은 성적을 낸 경보 등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할 것이다.
남자 400m 국가대표 박봉고는 기자들에게 "우리도 못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축구 처럼 꾸준히 지원하면 육상에서도 걸출한 한두 명의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박봉고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 처럼 비인기 스포츠에 머물러 있는 육상에다 축구 처럼 많은 돈을 쏟아부을 기업이 없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육상은 금방 성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나중에 큰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