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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왜 꼴찌만 해요."
꼴찌는 가슴 속에 남았다. 훈련을 하다가 지칠 때 '꼴찌'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다시는 꼴찌를 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2008년 태어난 아들 순남(3)과 딸 유라(2)에게 또 다시 꼴찌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경보가 무엇인지 알기 시작한 자식들에게 일등은 아니더라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
훈련 밖에 없었다. 박칠성은 경보에 유리한 체형이 아니다. 1m74의 적당한 체구지만 다리가 짧다. 마른 체형도 아니다. 통뼈에 근육도 많다. 스피드를 내기에는 부적합하다. 지구력으로 버텨왔지만 이제 세계 경보는 스피드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허점 투성이인 박칠성이 가진 것은 끈기와 악이었다. 힘들어도 걷고 또 걸었다. 팀훈련이 끝나도 2~3시간씩 개인훈련을 했다.
노력과 주위의 도움 덕에 박칠성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3일 열린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50㎞ 경보에서 3시간47분13초의 한국신기록으로 7위를 기록했다. 50㎞를 병행한지 5경기만에 거둔 쾌거였다. 박칠성의 눈은 이제 2012년 런던올림픽을 향해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꼴찌, 2008년 베이징올림픽 33위를 설욕할 기회다. 박칠성은 경기가 끝난 뒤 "페이스를 더욱 끌어올려서 내년에는 메달권까지 노려보겠다"고 했다. 어느새 달려온 아들 순남을 안고 인터뷰에 나선 박칠성은 "세 바퀴(6㎞) 정도를 남겨 두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내와 아이가 지켜 보고 있어 완주했다"고 공을 가족들에게 돌렸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