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봉주'로 불린 지영준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기대를 걸어볼만했다. 당시 한국 마라톤은 죽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잘 될 것만 같았다. 특히 안방에서 벌어지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그랬다.
한국 마라톤은 2009년 이봉주 선수 은퇴 이후 구심점을 잃어 버렸다. 지영준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제 역할을 해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또 준비 과정에선 무혐의 결정된 금지약물 투여 수사 파동에 휘말리는 일도 있었다.
한국 마라톤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이봉주가 96년 애틀랜타에서 은메달, 2001년 보스턴마라톤 우승으로 건재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7분20초의 한국기록은 11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이미 세계기록(2시간3분59초·2008년)과의 격차가 3분 이상 벌어진 지 3년이 됐다. 지금은 이봉주도 유니폼을 벗었다. 또 이봉주와 라이벌 관계였던 황영조도 없다. 요즘은 황영조와 이봉주 같은 라이벌도 없다.
런던올림픽이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한국 마라톤은 이런 상태라면 내년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영준이 부상에서 회복해 조만간 훈련을 재개한다지만 케냐의 검은 철각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에서 다시 메달을 딸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마디로 답이 없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조만간 중장기 발전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내놓았던 대책의 재탕 또는 삼탕이 될 게 뻔하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