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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대구육상]볼트 세계기록 세우려면 '부정출발' 넘어라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13:30 | 최종수정 2011-09-04 13:30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 남자 200m에서 우승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우사인 볼트가 1위로 골인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3일 밤 대구 스타디움. 남자 200m 결선에 나선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뛰고 또 뛰었다. 평소처럼 좌우를 둘러보지도 않았다. 결승선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집중해서 달렸다. 기록 때문이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다. 들어오자마자 전광판을 바라봤다. 기록을 확인했을 때 그의 표정은 약간 일그러졌다. 19초40. 자신이 가지고 있는 200m 세계기록인 19초19와는 0.21초나 차이났다.

"런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볼트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언급했다. 대구의 아쉬움을 런던에서 풀려는 마음이었다. 대구에서는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과 타이슨 게이(29·미국) 등 라이벌들은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다. 100m 결선에서는 부정출발에 의한 실격으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쫓겨났다. 200m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기록이 아쉬웠다. 런던에서는 파월과 게이가 복귀한다. 100m 우승을 한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도 있다. 진검승부가 펼쳐지게 된다. 라이벌들 앞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100m 세계기록 9초58과 200m 세계기록 19초19를 새로 쓰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문제는 볼트 자신에게 있다. 바로 '부정출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다. 100m 결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한 이후 볼트의 출발을 겁내고 있다. 출발 반응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실격당하기 전인 100m 예선에서 볼트는 0.153초 준결선에서는 0.164초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격당한 뒤 출발반응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200m 예선에서 출발 반응속도는 0.314초였다. 준결선에서는 0.207초였다. 결선에서는 0.193초에 불과했다. 2009년 베를린대회와 비교했을 때 출발 반응속도는 크게 떨어진다. 당시 볼트는 예선에서 0.183초, 준준결선에서 0.164초, 준결선에서 0.177초를 기록했다. 19초19의 세계기록을 세운 결선에서는 무려 0.133초를 기록했다. 0.06초를 손해보고 뛰는 셈이다. 스타트가 조금이라도 느리면 가속도가 늦게 붙는다. 결과적으로 전체 기록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다. 부정출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런던에서도 세계기록 수립이 힘들어진다.

해결책은 2가지다. 하나는 정면돌파다. 스타트 연습을 꾸준히 해서 더욱 빠른 스타트를 보여주는 것이다. 부정출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상담 등을 통해 이겨내야 한다. 쉽지 않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출발 규정을 고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언제나 부정출발로 인한 실격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미 아픈 경험이 있는 볼트로서는 큰 경기에서 공포증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볼트도 각오하고 있다.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볼트는 "긴장을 풀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 같다. 조금 더 차분하게 경기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장점인 폭발적 스피드를 더욱 올리는 것이다. 볼트는 스타트보다는 파워와 긴 보폭을 바탕으로 하는 자신만의 주법으로 세계무대를 호령해왔다. 200m 결선에서 볼트는 0.193으로 출발속도가 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초40을 기록했다. 스피드가 더욱 붙었다는 뜻이다. 실격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미 볼트는 한계점에 와있다. 획기적인 발전을 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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