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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뻐했다. 별의별 세리머니가 다 나왔다. 100m 결선 부정출발 실격의 아픔을 털어내는 한풀이였다. 흥겨운 나머지 여자 아나운서 앞에서 훌러덩 옷을 벗어 맨살을 드러내기도 했다. 3일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4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세리머니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
재치도 있었다. 볼트가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광고판을 넘어섰다. 팬들에게 가까이 갔다. 마스코트 살비와 사진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볼트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볼트는 갑자기 이리저리 왔다갔다했다. 사진 기자들은 볼트의 장난에 이러저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뺐더니 자신이 직접 사진 촬영에 나섰다. 한국판 세리머니도 있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태권도 손날등을 만들더니 이리저리 찔렀다. 또 갑자기 손을 배근처로 가져다대더니 배꼽인사를 했다. 볼트의 익살에 관중들은 크게 웃으며 더 큰 환호를 보냈다.
세리머니를 끝낸 뒤 장내 아나운서를 맡은 KBS 정지원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했다. 볼트는 "응원해준 관중들께 감사드린다"고 감사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흥겨운 음악이 흐르자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상의를 끌어올리더니 복근을 드러내며 허리를 흔들어댔다. 관중들은 즐거워했고 정 아나운서는 약간 민망해했다.
믹스트존에서도 볼트의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100명이 넘는 전세계 취재진이 믹스트존으로 몰려 동시에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볼트는 웃으며 "뭐라 하는지 못알아 듣겠다. 한 사람씩 질문해달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취재진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볼트를 기다렸다. 볼트는 한 그룹당 답변 하나만 하고 옆 그룹으로 옮겼다. 믹스트존을 다 지나가는데만 1시간 이상 걸렸다. 볼트는 "우승해 기쁘다. 런던 올림픽이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