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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대구육상]'세리머니 결정판' 볼트, 女아나운서 앞에서 훌러덩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11:46 | 최종수정 2011-09-04 11:46


100m 실격의 아픔은 다 잊어버렸다. '익살꾼' 볼트가 비로소 자신의 '세계적' 세리머니를 마음껏 발산했다.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 남자 200m에서 우승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와 거수경례로 답례한 볼트는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뺏어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하며 장난을 쳤다. 세리머니의 마지막은 '복근자랑'.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 있던 정지원 아나운서 앞에서 복근을 드러내 보이며 수줍게 웃고 있는 볼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너무 기뻐했다. 별의별 세리머니가 다 나왔다. 100m 결선 부정출발 실격의 아픔을 털어내는 한풀이였다. 흥겨운 나머지 여자 아나운서 앞에서 훌러덩 옷을 벗어 맨살을 드러내기도 했다. 3일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4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세리머니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

출발 직전부터 쇼는 시작됐다. 관중들의 환호에 박수를 치며 등장했다. TV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눈썹을 매만지더니 특유의 썬더볼트 세리머니(양팔을 쫙펴서 하늘을 가리키는 동작)를 펼쳤다. 갑자기 어깨를 툭툭 털더니 왼손으로 기어조작하는 흉내도 냈다.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주인공이 자동차 경주 직전 엔진을 가열하는 동작이었다. 그만큼 모든 준비를 끝냈음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출발 시작 직전 전광판에서 조용히 하라는 영상과 함께 '쉬'하는 소리가 나오자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대는 익살도 부렸다. 여유가 넘쳤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팔을 쭉 펴며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다. 가슴을 치며 환호했다. 관중들이 환호하자 갑자기 주저앉았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전매특허 썬더볼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재치도 있었다. 볼트가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광고판을 넘어섰다. 팬들에게 가까이 갔다. 마스코트 살비와 사진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볼트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볼트는 갑자기 이리저리 왔다갔다했다. 사진 기자들은 볼트의 장난에 이러저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뺐더니 자신이 직접 사진 촬영에 나섰다. 한국판 세리머니도 있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태권도 손날등을 만들더니 이리저리 찔렀다. 또 갑자기 손을 배근처로 가져다대더니 배꼽인사를 했다. 볼트의 익살에 관중들은 크게 웃으며 더 큰 환호를 보냈다.

세리머니를 끝낸 뒤 장내 아나운서를 맡은 KBS 정지원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했다. 볼트는 "응원해준 관중들께 감사드린다"고 감사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흥겨운 음악이 흐르자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상의를 끌어올리더니 복근을 드러내며 허리를 흔들어댔다. 관중들은 즐거워했고 정 아나운서는 약간 민망해했다.

믹스트존에서도 볼트의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100명이 넘는 전세계 취재진이 믹스트존으로 몰려 동시에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볼트는 웃으며 "뭐라 하는지 못알아 듣겠다. 한 사람씩 질문해달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취재진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볼트를 기다렸다. 볼트는 한 그룹당 답변 하나만 하고 옆 그룹으로 옮겼다. 믹스트존을 다 지나가는데만 1시간 이상 걸렸다. 볼트는 "우승해 기쁘다. 런던 올림픽이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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