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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치체로바(러시아)는 우승이 결정된 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2인자의 그늘에서 처음 벗어났기 때문이다. 눈가가 자연스럽게 젖었다. 그를 계속 발 아래 두었던 블랑카 블라시치(크로아티아)는 다가와 새 챔피언 치체로바에게 포옹과 키스를 해주면서 축하해줬다.
치체로바는 10년 넘게 러시아 여자 높이뛰기 1인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세계무대에만 나갔다 하면 블라시치가 우승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7년 오사카대회와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 블라시치에 이어 준우승했다. 자연스럽게 영원한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치체로바는 지난해 엄마가 됐다. 첫 아이를 출산했고, 올해 돌아왔다. 그리고 놀라운 기록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7월 시즌 최고 기록이자 개인 최고인 2m07을 넘었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혔다. 또 상대적으로 블라시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 포기까지 고민하다 나왔다.
치체로바는 이날 블라시치와 똑같이 2m3을 넘었다. 하지만 치체로바는 1차 시기에서 성공했고, 블라시치는 2차시기에서 넘었다. 시차가 빨라 치체로바가 승리한 것이다. 정말 작은 차이로 승리한 것이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