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100m 결선은 10초 안에 끝나니 관중들은 소변이 마려워도 잠깐만 참으면 된다. 하지만 진짜 10초만 참았다가는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기 십상이다. 우승 후 펼쳐질 화려한 세리머니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눈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우승이 유력한 우사인 볼트(25·남아공)의 세리머니에 쏠려있다. 왼팔은 하늘로 향하고 오른팔은 가슴을 향해 당기는 일명 '선더볼트' 세리머니다. 하지만 대구에서 볼트의 선더볼트 세리머니는 볼수 없을 것 같다. 볼트는 이번대회에서 새로운 세리머니를 선보일 것이라 공언했다. 그 실체는 비밀이란다.
|
2007년 제11회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여자 높이뛰기의 금메달리스트 브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가 주목을 받았다. 그는 2m05의 바를 넘고 금메달이 확정되자 한 손을 엉덩이에, 다른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며 한참 동안 허리를 돌렸다. 1m93 장신의 롱다리 허리춤은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금메달은 충격적이다. 춤은 나도 모르게 나왔다"는 것이 블라시치의 설명.
블라시치의 세리머니가 즉흥적이었다면 의도된 연출도 있다. 세계를 호령했던 스프린터 모리스 그린(37·미국)은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홈디포오픈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87로 우승한 뒤 대뜸 스파이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잠시후 나타난 그린의 측근은 소화기를 들고나와 스파이크에 분사를 했다.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 불을 껐다는 의미의 재미있는 세리머니였다. 이 세리머니의 후폭풍은 컸다. 네티즌들이 '실제로 그린의 스파이크에서 불이 났다, 안 났다'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이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