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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화려한 외도 마치는 이봉주 "워드도 했는데 나도 도전하고 싶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8-25 08:37


◇춤추는 이봉주. 스포츠조선DB

◇2009년 은퇴식에서 눈물흘리는 이봉주. 스포츠조선DB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1)가 선수 은퇴한 후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27일~9월4일)가 코앞으로 다가온 한국 마라톤은 아직 확실한 '포스트 이봉주'를 찾지 못했다. 이봉주의 후계자로 여겨졌던 지영준(코오롱)은 다리 부상으로 이번 대회를 포기했다. 한국 마라톤은 신예 정진혁(21·건국대) 등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가 됐다.

이봉주가 외도를 끝마치고 마라톤으로 돌아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2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마라톤으로 복귀할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클럽의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2009년 10월 대전 전국체전을 끝으로 선수 은퇴했다. 총 41번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세계 마라톤 역사에서도 엘리트 선수가 이렇게 많은 완주를 기록한 걸 찾아보기 어렵다. 이후 그는 2년 동안 전국의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는 봄과 가을 전국 곳곳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얼굴 마담으로 초청됐다. 국민 마라토너를 보기 위한 러브콜은 많을 때는 1주일 한 번 꼴로 빗발쳤다. 수입도 짭짤했다. 한 번 같이 뛰어주면 수 백만원(추정)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마라톤 인생을 정리한 책 '봉달이 4141'도 출간했다.

외도의 절정은 한 방송사의 춤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다. 모든 국민으로부터 영웅으로 불리는 이봉주가 텔레비전에 나가 사교 댄스를 추는 걸 보고 일부 육상인들은 비웃었다. "돈에 환장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이봉주는 "돈 보고 출연한 것은 아니다. 나를 아끼는 팬들에게 잠깐이라도 색다른 변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봉주를 춤추게 만들려고 수 개월 동안 따라다녔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이봉주는 성공한 마라토너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걸 원치 않아 여러 차례 거절했다. 제작진은 2~3개월 동안 이봉주를 설득했다. 이봉주는 "미국의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도 텔레비전에서 춤을 췄다는 얘기를 듣고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워드도 했는데 나라고 못하라는 법은 없었다"고 했다.

총 11개팀이 경합을 벌였고, 최수정씨와 호흡을 맞춘 이봉주는 4강에까지 올랐다. 당초 우려와 달리 이봉주의 댄스는 반응이 괜찮았다. 마라토너의 변신에 잘 한다는 박수가 더 많았다. 충남 천안 고향에 살고 있는 노모(공옥희씨)도 아들의 춤을 매주 시청했다고 한다. 이봉주는 "어머니가 하기로 했으면 떨어지지 말고 끝까지 잘 하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 프로그램의 시즌2가 제작되더라도 이봉주는 더이상 출연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또 외도할 경우 이봉주는 다시 마라톤으로 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봉주가 은퇴 결심을 했을 즈음 소속팀 삼성전자는 코치직을 제안했었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배려했다. 이봉주는 쉴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는 이제 충분히 쉬었다.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그는 "선수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지도자를 하려고 한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쯤이 될 것 같다"면서 "친정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이봉주 역시 세계육상선수권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1995년 스웨덴 예테보리대회(22위), 2001년 캐나다 에드먼턴대회(중도 기권), 2003년 프랑스 파리대회(11위)에 출전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2001년 에드먼턴대회였다. 당시 보스턴마라톤 우승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꼽혔지만 대회 직전 다친 허벅지 부상으로 31km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했다. 한국 마라톤의 세계육상선수권 최고 성적은 1993년대회에서 김재룡이 기록한 4위다.

이봉주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마라톤은 자기 의지와의 싸움이다. 한번 하려고 마음 먹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목표를 잡고 끝가지 열심히 달리는 선수가 나와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강압적인 지도자 보다 고민상담을 잘 받아주는 친구같은 코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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