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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 빙상코치 채용을 놓고 새해 벽두부터 빙상계가 시끄럽다.
31일 성남시청 빙상코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빙상계엔 'A코치를 밀고 있는 유력 정치인이 있다' 'A코치 선임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A코치는 빙상계, 정치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 A코치의 선임 유력설에 일부 선수들이 반발했고, 2006년 중국 코치 시절 중국 현지 매체의 비위 보도, 2015년 국제대회 음주 징계(대표팀 퇴출) 의혹 등에 대한 제보도 잇달았다. 지난 2월 대선 직전 여·야 후보를 번갈아 지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남시청은 고심 끝에 결국 31일 오후 '합격자 없음'을 공고했다. 코치 선임 논란이 시즌 마무리 국제대회를 준비중인 주요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 2019년 빙상계 '미투(Me too)' 사건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일련의 사건, 사고, 법정 다툼 속에 체육인, 빙상인들이 진솔하게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외부 정치, 자극적인 여론전을 통해 빙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빙상의 정치화'가 가속화됐고, 이후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자체 직장운동부 코치 선임 문제가 이렇게까지 시끄러울 일인가. 성남시청 코치 면접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도 되기 전에 서류전형 합격자 신상이 외부에 먼저 노출되고, '원서를 낸 코치'와 가깝다는 의혹을 받는 지도자 단체가 다른 지원자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인터넷 여론이 끓어오르고, 특정후보가 탈락하고, 특정후보가 부상하고, 선수들이 입장문까지 낸 일련의 과정은 이례적이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 메달 효자 종목이자, 최고 인기 종목이지만 새해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골칫덩어리' 종목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빅토르 안' 여론전을 등에 업은 정치 싸움의 희생자는 결국 빙상 종목과 빙상인, 오늘도 사력을 다해 얼음판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이다. '합격자 없음' 한 줄이 말해주듯 승자는 아무도 없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뼈아픈 현실이다.
'동계유니버시아드 4관왕' 최민정은 SNS를 통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선수가 입장문을 내는 게 건방져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이유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뒷전으로 밀리고 사회적 이슈만 주목 받는 상황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면서 "성남시청 빙상팀 선수들이 원하는 건 훈련과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담 코치 없이 오랫동안 훈련해왔다. 역량이 뛰어나고 선수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함께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지도자 선발은 오직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포상이든 징계든 과거 지도 이력을 철저히 검증하면 된다. 선수들의 바람대로 '지원자 중 가장 우수한 이력을 가진 지도자, 선수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하면 된다.' 성남시청은 시즌이 끝난 이후 다시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