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자 환자가 심한 어깨 통증과 근력 저하를 호소하며 내원했다.
수술이 아무리 잘 되어도 끝이 아니다. 보조기는 6주 동안 꼭 착용해야 한다. 또한 이 기간에는 능동적으로 어깨를 움직이는 관절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환자는 퇴원 후 2주차에 접어들 즈음 보조기를 풀고 내원했다.
"팔이 하나도 안 아파요. 팔에 힘도 좋아져서 다시 일 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 아직 보조기 절대 푸시면 안 되고, 일 하셔도 안 돼요."
너무 걱정스러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환자는 마지못해 알았다고는 했지만 자꾸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서 매우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약 2주 후에 환자가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통증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고, 팔도 다시 안 올라간다며 고통스러워했다. MRI를 촬영해보니 우려했던 대로 봉합했던 어깨힘줄이 재파열된 상태였다. 필자의 당부에도 환자는 당장 아프지 않으니 괜찮을 것 같아 보조기도 풀고 일도 다시 한 것이다.
조심하지 않은 대가는 혹독했다. 애써 봉합했던 부위는 더 크게 찢어졌고, 봉합할 때 사용한 나사 부근에는 골 손상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모든 재수술이 처음 수술보다 어렵지만 이 환자의 경우 더욱 재수술이 더욱 까다로웠다.
불행 중 다행히도 재수술은 잘 끝났다. 환자는 첫 수술 때와는 달리 6주 동안 보조기를 잘 착용했고, 일도 하지 않았다. 초음파상으로 확인해보니 어깨 힘줄이 잘 아물어 붙었다. 하지만 재파열이 될 때 워낙 힘줄이 많이 손상되어서 그런지 약간의 불편감과 근력 저하는 꽤 오랜 기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고생했다.
어깨힘줄이 찢어졌을 때 봉합을 잘하면 통증이 거짓말처럼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수술하기 전까지는 어깨가 너무 아파 일상이 불가능했는데,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프지 않으니 다 나은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 직후 통증이 없다고 다 나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 6주 동안은 같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환자처럼 재파열이 생길 수 있고, 재수술을 하더라도 아무래도 결과가 처음 수술했을 때보다는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개인의 사정상 하루라도 빨리 일을 해야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수술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어깨를 보호하고 재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 재수술을 한 환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성급하게 보조기를 풀고 일을 해 오히려 더 오래 고생하고 수술 결과도 첫 수술 때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필자는 수술 후 결과가 좋아 크게 만족감을 표하시는 분들을 보면 내심 불안해진다. 그때마다 재수술한 이 환자의 사례를 거듭 말씀 드리며 조심할 것을 수 차례 당부 드리곤 한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최경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