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버지를 모시고 바람도 쐴 겸 서울 외곽의 추어탕집에 갔다. 거리두기로 집안에만 계시다 오랜만에 외출을 한 아버지는 무척 즐거워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한 환자분이 떠올랐다. 자녀 손을 잡고 전북 순창에서 올라오신 70대 여성 환자였는데, 그 분은 지방에서 평생 추어탕집을 운영하고 계신 이른바 '원조 추어탕집' 사장님이었다.
그러나 환자의 생각은 달랐다. 70대면 아직 한창인데, 손에서 일을 놓기 싫다고 하셨다.
인공관절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다. 70대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에 무리가 없는 나이인데다 최근 도입한 로봇을 이용해 더욱 정확하고 정밀한 수술을 해 결과가 더욱 좋았다. 최소한으로 뼈를 깎고 정확한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해 출혈이 적어 회복도 빠르고 부작용도 없었다.
환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자녀들의 만류에도 본업에 복귀하셨다. 수술 후 외래에서 만난 환자분의 얼굴은 마치 새로운 삶을 사는 듯 밝고 당당했다.
그런 환자를 보면서 행복한 노후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한참 일에 치여 사는 젊은 직장인들이라면 힘든 일 안 하고 편하게 쉬는 삶을 편안한 노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추어탕집 사장님을 통해 편안한 노후가 반드시 행복한 노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후의 가장 큰 고통은 희망과 능력이 사라져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몫이 있어 희망이 있고 작게나마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노후가 아닐까?
무릎 건강의 측면만 놓고 봐도 인공관절 수술 후 가만히 집에서만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아주 드물게 인공관절 수술을 했음에도 잘 걷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대부분 수술 후 많이 움직이지 않은 분들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부지런히 재활운동을 해야 무릎이 잘 구부러지고 잘 걸을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무릎을 구부리거나 움직이려 하면 통증이 심해 재활운동을 하기 어렵다. 자녀들도 힘들어하는 부모님이 안쓰러워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수발을 열심히 들면 인공관절이 굳어 잘 걷지 못하게 된다.
자녀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게 해드리는 게 효도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효도를 안 하느니만 못 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힘들어 보여도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부모님이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좋다.
추어탕집 사장님처럼 자기 일이 있어 의욕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무릎도 건강해지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며 활기차면서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단,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쪼그리고 앉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등산을 하는 것은 무릎에 큰 부담을 주니 주의해야 한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준히 걷거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 또는 수영과 같이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운동을 추천한다. 몸을 너무 편안히 두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일 때 행복한 노후가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남창현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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