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가 돌출해 보존적 치료를 받았던 20대 남자 환자가 최근 어머니와 함께 내원했다.
보통 디스크가 돌출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 그런데 환자는 돌출한 디스크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석회화가 진행되고, 그 위로 디스크가 터져 나온 아주 특이한 경우였다. 정상일 경우 MRI 사진에서 척추 신경이 보름달 같이 둥근 모습으로 보여야 하는데, 환자의 경우 터져 나온 디스크에 신경이 심하게 눌려 얄팍한 그믐달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해 나도 모르게 '아이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신경 검사를 해보니 하지의 근력이나 감각은 괜찮았고, 회음부 감각과 대소변 기능도 이상이 없었다. 그렇게 신경이 많이 눌렸는데도 마비가 없다니 신기할 정도였다. 다행히 주사치료를 하면서 먹는 약을 복용했더니 통증이 호전되었다. 약 20보 정도 걸을 수 있고, 누워서 잘 수도 있게 되었으나 중등도 이상의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통증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신경이 워낙 많이 눌려 있어 진통제 효과가 없어지면 다시 아플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한번 발생한 석회화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단 마비 증상은 없어 젊은 나이를 믿고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현재 디스크탈출증의 정도로는 마비가 심하게 와서 대소변장애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지만 다행히 나이가 젊어서인지 버티나 봅니다. 약을 더 쓰면서 물리치료도 하고, 경과를 봅시다. 신경이 많이 눌린 편이라 당분간은 안정을 취하고 치료에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환자와 어머니에게 MRI 소견과 진찰소견을 자세히 설명했다. 행여 수술해야 한다고 할까봐 노심초사하던 어머니는 안도하며 기뻐했다. 일단 보존적 치료로 방향을 정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혹시라도 '마미증후군'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달려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마미증후군이란 요천추부(엉덩이 윗부분)의 신경다발이 디스크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심하게 눌려 손상되는 경우로, 하지의 통증과 감각저하, 근력저하, 회음부 감각저하, 배뇨장애, 변실금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마미증후군이 나타나면 응급수술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눌린 신경을 풀어주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방광기능장애, 성기능장애, 방사통, 하지위약증(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수년 전 응급수술이 필요했는데도 주저하다 오래 고생한 20대 환자가 있었다. 거대 디스크탈출로 신경이 심하게 눌려 둔부와 회음부 감각저하, 발목운동마비, 대소변장애가 발생하는 마미증후군이 동반되어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환자와 어머니는 결혼도 안 했는데 수술은 피하고 싶다며 한사코 수술을 거부했다. 결국 증상이 더 심해져 그 다음날 부랴부랴 수술을 했다. 수술 후 디스크는 잘 제거되어 MRI 상으로는 신경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나 마미증후군은 남아서 스스로 하루에 5~7회 소변줄을 요도에 삽입해 소변을 봐야 했다. 그나마 2개월이 지나서 방광기능이 회복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처럼 젊은 환자일수록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어떻게든 수술을 피하려고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20대 젊은 디스크 환자는 대부분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잘 되니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미증후군이 나타난 경우에는 예외다. 보통 마미증후군은 증상이 발생한 후 48시간 내에 수술했을 경우 가장 신경이 잘 회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미증후군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건강한 허리를 유지하는 지름길임을 꼭 기억해두었으면 좋겠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이동찬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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