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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발상의 전환과 파격, 그 결과는 '어메이징 랜더스'다. 결정은 빠르고, 과감하다. 성적과 마케팅, 나아가 이슈까지 선점하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계약 추진과 성사에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점도 놀랍다. SSG는 모기업으로부터 '재가'가 떨어지자 곧바로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영입에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자 류선규 단장이 김광현 측을 직접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다. 이미 양측은 대략적인 합의에 이른 상태였다.
SSG가 제시한 계약 규모는 파격적이었다. 2019시즌을 마치고 빅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은 비FA 신분. 그러나 SSG는 그동안 FA들이 만져보지 못한 거액을 내밀며 단숨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SK에서 간판을 바꿔 단 SSG는 신선한 행보로 주목 받았다. 중심엔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있었다. '야구팬'을 자처하며 시장에 뛰어든 그는 SNS, 직관 등 거리낌 없는 소통으로 화제 중심에 섰다. 이를 통해 SSG는 빠르게 KBO리그 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시도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SSG는 KBO리그 최초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을 다년 계약으로 잡았다. 여기에 빅리그 진출 당시 비FA였던 김광현에게도 거액의 계약을 안겼다.
공격적인 마케팅. 인기도 결국 성적이라는 결과물이 있어야 파급력을 낼 수 있다. 좀더 빠른 승부수를 선언한 셈이다. 창단 원년 SSG는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쳤으나, 부상 이슈로 가을야구행엔 실패했다. 올해 5강 가시권으로 꼽히는 전력의 안정과 플러스 알파를 통해 다크호스를 넘어 대권에 도전, 지난해부터 이어온 이슈몰이에 정점을 찍겠다는 계산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샐러리캡이 걸림돌이지만, 계약 첫해 연봉을 높이고 이후 줄여가는 발상의 전환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겨우내 계약을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최 정, 김광현), 역대 최고 빅리거(추신수)가 한 자리에서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라인'도 완성했다. 20년 넘게 야구단 살림을 챙겼던 민경삼 대표이사, 류선규 단장의 '야구 타짜' 듀오의 추진력이 빛을 발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야구단 인수 직후 "야구를 본업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구단들을 보면서 꼭 야구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통업자가 야구판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판을 바꿔놓고 있는 SSG의 행보, 40주년을 맞이한 KBO리그의 지각 변동이 개봉박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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