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우드먼' 모니카(사진), 립제이, '홀리뱅' 허니제이, '웨이비' 노제, '훅' 아이키, '라치카' 가비, '코카N버터' 리헤이 등 '스트릿우먼파이터' 댄스크루들은 10대 소녀들이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 아이콘으로 통한다. 사진=F&F 엠엘비, 독자 제공
"요즘 딸 옷장에 온통 검은색 옷뿐이에요. 모자도, 마스크도 무조건 '올블랙'만 하겠대요"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회사원 양소민씨(45)의 말이다. 딸 패션의 급격한 변화는 지난 8월 말 '스우파'에서 비롯됐다.
'스우파', 즉 '스트릿우먼파이터'는 지난 두 달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중독성 200%' Mnet 댄스 경연 프로그램. "잘봐, 언니들의 싸움"을 공언한 '쎈언니' 8개팀의 화끈한 댄스 배틀이다. 환상적인 실력, 피 말리는 경쟁 뒤 치명적 리더십, 따뜻한 인간미에 팬들이 함께 울고 웃었다. 26일 '파이널 무대' 최종회를 앞두고 19일 8회 방송은 3.9%의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3억 4000만 뷰에 달한다. 세상 답답한 코로나 시대, 방구석 1열에서 본방을 사수하다보면 엉덩이가 절로 들썩인다. 모니카, 허니제이, 노제, 아이키 등 걸출한 댄스크루 리더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여다보노라면 매력적인 그녀들의 스타일에 빠져든다.
'힙(hip)'한 스타일을 가장 빨리 알아채고 공유하는 10대 소녀들의 지지는 가히 폭발적이다. '스우파 언니'들은 이들에게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 아이콘'이다. 집, 학교, 운동장에서 댄스 챌린지를 찍어올리고, 크롭탑, 조거팬츠,비니 등 '스우파 언니'들의 패션 '잇템'들을 주저없이 사들인다. 중학생 딸이 '스우파'의 열혈 팬이라는 홍지윤씨(46)는 "딸이 집에서 틈만 나면 양팔을 휘돌리며 춤을 춘다"고 했다. "뱃살 드러나는 크롭탑, 재킷도 즐겨 입는다. 날도 추워지는데 배앓이할까 걱정"이라며 웃었다. 바야흐로 '걸크(걸크러시, 멋지고 당당한 여성 캐릭터에게 같은 여성이 열광)'의 시대, '스우파' 열풍과 함께 10대 소녀들의 옷장이 달라지고 있다.
노제 '헤이마마' 안무. 캡처=Mnet 스트릿우먼파이터
출처=틱톡, 유튜브
'소녀시대'가 입었던 스키니진은 이제 '엄마바지'다. '샬랄라'한 드레스나 파스텔톤 캔디 컬러, 디즈니류의 캐릭터 패션은 단호히 거부한다. '스우파' 패션의 기본은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트레이닝 세트와 바람막이 재킷, 컬러는 주로 블랙 앤드 화이트 무채색 계열이다. 상의는 짧고, 하의는 풍성하다.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 재킷에 발목을 조인 조거 팬츠,언뜻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힙합 스타일이다. '꾸안꾸(꾸민듯 안꾸민)' 스트리트 패션에 비니, 볼캡, 버킷햇, 베레모 등 패션모자, 링귀걸이, 피어싱 등은 포인트를 준다.
SNS 팔로워가 무려 216만 명에 달하는 '웨이비'의 리더 노제 스타일도 대유행이다. 노제의 '헤이마마' 댄스는 '스우파' 최고 히트상품. 김무열, 박정민, 위하준, 박진주, 장도연 등 수많은 스타들이 커버댄스를 선보였고, '노이로제'(스트릿개그우먼파이터 홍현희) 등 수많은 패러디 밈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엔 '헤이마마'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1만 개를 넘는다. 초등학생 포함 10대 여학생들의 '스우파 과몰입' 현상은 틱톡, 유튜브에서도 그대로 감지된다. 2010년생 '아요밍'의 스우파 노제 안무는 77만 뷰, '초등학생들의 스우파 노제 헤이마마'(OGDANCE) 영상이 76만 뷰를 훌쩍 넘겼다.
캡처=Mnet 스트릿우먼파이터
사진제공=F&F 엠엘비
'스우파' 패션에 대한 10대 여성들의 관심 역시 데이터로 입증된다. 1020세대가 주이용층인 무신사 스토어에서 10월 트레이닝-조거팬츠 거래액은 전월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비니, 버킷햇, 볼캡 등 '스우파 스타일' 소품 판매 신장세는 더욱 또렷하다. 무신사 스토어 10월 비니 판매액은 전월 동기 대비 135%나 늘었다. '프라우드먼' 모니카와 립제이가 화보를 찍은 엠엘비 '뉴 젤리 비니 NY'가 모자 카테고리 여성 랭킹 내 주간순위 1위, '원트'의 효진초이가 착용한 '아메스' 비니 모자가 8위다. 하이스쿨디스코의 '뱃지 니트 버킷햇', 엠엘비의 '루키 볼캡 NY' 등도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오픈마켓 G마켓의 '1020 구매 트렌드' 조사 결과에서도 '스우파' 첫 방송 8월 24일부터 10월24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조거팬츠는 32%, 크롭탑은 20%, 스포츠 비니는 41%, 스포츠캡 모자는 89% 판매가 늘었다.
사진제공=F&F 엠엘비
사진=독자 제공
역시 갓연경! 전세계 배구선수 최초 유튜브 구독자 100만 돌파 골드버튼 인증샷 출처=김연경 인스타그램
도쿄올림픽 이후 팬덤의 대세는 '걸크러시'다. 유튜브 채널구독자수 140만 명, '식빵언니' 배구스타 김연경은 10대 소녀들의 워너비다. 월드클래스 실력은 기본,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표정이 죽는 중이야. XX 웃어!"를 외치는, 속시원한 '사이다' 언니의 리더십에 팬들은 환호한다. 숏컷 헤어스타일에 '남친룩'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중성적 매력의 배구스타 김희진의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양궁 3관왕 안 산 역시 보이시하면서도 귀여운 반전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노는 언니'의 '골프여제' 박세리는 솔직화통한 매력으로 예능계를 접수했다. 카메라 앞에서 예쁜 척, 착한 척하지 않는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에둘러 말하지도, 몸 사리지도 않는다. 혼자가 아닌 함께, 오롯한 실력과 당당한 태도를 모두 갖춘, 속 깊은 '쎈 언니'들의 꾸밈없는 매력에 소녀들은 열광한다. '스우파' 크루들의 인기와 상통하는 지점이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스우파' 제작진은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댄서분들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크루들의 레전드 무대, 양보 없는 경쟁이 몰입도를 더했고, 댄서로 걸어온 시간이 상당한 만큼 스토리도 다양했다. 각 크루 리더들이 책임감과 리더십도 돋보였다. K댄스 대중화를 위해 기꺼이 출연을 결심한 댄서들의 진심이 더해져 시청자들이 더 큰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같다"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10시20분 라치카, 코카N버터, 홀리뱅, 훅 등 4팀이 우승을 다투는 최종회(생방송) 후에도 '스우파'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가장 먼저 예매를 시작한 '스트릿우먼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 서울 공연은 티켓을 오픈한 지 불과 1분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부산, 광주, 창원, 인천 공연 역시 전석 매진 사례다. '걸크'의 시대, '스우파'의 시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