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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닥터의 솔직한 관절톡] 왜 병원마다 진단이 다를까?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04-08 09:38


70대 여성 환자분이 어깨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증상을 들어본 후 MRI 검사를 했더니 관절낭에 염증이 발생해 관절 통증과 함께 어깨 운동 범위가 좁아지는 질환인 오십견이 있었다.

오십견의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은 수술하지 않더라도 완치가 될 수 있는 병으로 주사치료 및 물리치료 등 비수술 치료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드렸다.

"오십견이라고요? 다른 병원에서는 충돌증후군이라고 했는데요?"

70대 연세에 '오십견'이라 진단하자 환자는 대뜸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지금껏 환자는 충돌증후군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 환자뿐만 아니라 어깨가 아파 내원한 환자들 중에는 왜 병원마다 진단이 다른지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물론 어깨가 아닌 다른 관절이 아픈 분들도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제가 더 정확합니다. 저만 믿으세요' 혹은 '이전 진단이 틀렸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그럴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필자의 진단결과를 확신하지만 같은 의사로서 다른 의사의 진단을 존중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

어떻게 병원마다 다른 진단이 나올 수 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어깨 질환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으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대표적인 어깨질환인 오십견과 충돌증후군 모두 염증성 질환인데, 초기에는 두 질병의 증상이 비슷하다.


오십견은 관절을 둘러싼 관절막의 염증으로 딱딱하게 굳어 운동범위가 제한되고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충돌증후군은 말 그대로 퇴행성 변화로 자라나온 뼈(골극)가 어깨힘줄과 충돌해 염증 및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오십견의 특징적인 소견인 전체적인 관절 운동 제한이 염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에서 보이는 골극으로 충돌증후군으로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진이나 진찰로 질병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는 있지만 초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정확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MRI 정밀검사가 필요한데, 어깨가 아파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바로 MRI 검사를 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안정을 취하면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 간단한 치료를 하면서 지켜보다가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추가로 새로운 질병이 생긴 경우다. 즉 이전 진단이 정확했고 치료도 적절했지만 그 사이에 또 다른 질병이 생기면서 진단명이 추가되는 상황이다. 가장 흔한 예가 이전에 어깨충돌증후군이나 석회성 건염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고 좋아진 환자가 다시 증상이 더 심해져 다른 병원을 방문했는데 오십견이나 견봉쇄골 관절염 등 다른 부위에 염증성 질환이 추가로 발생된 경우다. 환자들 입장에 서는 똑같이 아픈데 진단명이 달라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몇 가지 질병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다. 환자 자신은 한 가지 질병만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서로 다른 어깨질환을 동시에 앓는 분들이 꽤 많다. 이런 경우 보통 가장 증상이 심한 대표 질환만 진단해 치료하다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질환은 추후 통증이 지속되거나 악화되었을 때 진단을 추가할 수 있다.

이처럼 병원마다 진단명이 다를 수 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깨힘줄이 완전히 찢어져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어깨 염증성 질환은 주사 및 재활 치료로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명이 다르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담당 전문의를 믿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도움말=부산힘찬병원 이춘기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부산힘찬병원 이춘기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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