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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뼈닥터' 이수찬의 솔직한 관절톡] 의사가 고단할수록 환자는 편해진다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03-11 10:04


◇반월상연골판이 시작되는 부위가 찢어진 루트 열상.



정형외과 전문의로 환자들과 함께 울고 웃은 지도 벌써 30여 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을 실감하곤 한다. 수십 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병의 원인이 밝혀지기도 하고, 새로운 치료법이 환자들의 부담은 덜어주고 효과는 배가되는 경험을 종종 했다.

무릎 관절염만 봐도 필자가 처음 전문의를 시작할 때와 지금은 치료법이 많이 달라졌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무릎 관절염은 결국 연골이 닳거나 떨어져 나가 통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무릎 연골은 뼈에 붙어 있는 관절 연골과 뼈와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해주는 연골 등 2종류가 있다. 쿠션 역할을 해주는 연골은 의학적 용어로는 반월상연골판인데, 도가니 연골로 쉽게 부르기도 한다. 이 반월상연골판이 찢어지면 통증이 생기고, 생활하는 데 여러 모로 불편하다.

약 30여 년 전, 필자가 전문의를 시작한 즈음에는 반월상연골판이 가로로, 세로로, 복합적으로 찢어진다는 개념은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덜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치료법도 찢어진 연골을 봉합하거나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내시경 수술이 대부분이었다. 이마저도 내시경이 발달하기 전에는 절개하고 찢어진 연골을 다 제거하는 수술을 많이 했다.

보통 연골이 찢어졌을 때 봉합하거나 절제를 하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일부 환자들은 봉합하거나 절제하는 시술을 해도 좋아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다. 한참이 지난 후 반월상연골판이 시작하는 부위(기시부)에서 연골이 끊어지면 경과가 안 좋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골 시작 부위가 찢어지는 것을 '루트(root) 열상'이라고 하는데, 그때는 루트 열상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었다.

루트 열상일 경우 약 3분의1은 주사나 물리치료 등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나머지 3분의1은 급격히 나빠졌고, 3분의1은 천천히 나빠진다. 결국 루트 열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65%이상이 나쁜 결과를 보인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치료법이 잘못된 것인데, 당시 의료 수준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연골이 시작하는 부위가 끊어지면 50대 중후반 이상의 환자들의 경우 무릎 뼈의 중심축을 옮겨주는 수술을 주로 한다. 그래야 찢어진 연골 부위에 실리는 체중 부담이 줄어들어 통증이 줄고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이 수술의 효과는 이미 여러 논문에서 증명됐다.

사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기도 바쁘다. 그렇다고 어떻게 하면 환자들을 보다 편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의학의 발전은 과거에는 몰랐거나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고, 환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예후는 더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내시경 수술도 의학의 발전이 낳은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피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만으로 수술이 가능해 부작용도 적고 회복이 빨라 무릎이나 척추는 물론 뇌나 장기와 같은 다른 수술분야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도 가능해졌다. 지금은 무릎 관절 수술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조만간 고관절이나 발목도 로봇으로 수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육안으로 보면서 수술할 때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결과도 좋다.

의사는 누구보다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최선의 치료법일 수 있지만 미래에는 더 좋은 치료법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익숙해진 치료법만을 고수하지 않고 더 나은 치료법을 연구하고 환자를 치료하려면 그만큼 몸과 마음이 고달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환자가 덜 고통 받고 빠르게 회복할 수만 있다면 의사로서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없지 않을까?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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