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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을 비롯하여 가정사와 관련된 기념일이 1년 12달 중 가장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매년 5월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찾는 분들이 부쩍 늘어난다.
자녀들과 함께 내원하신 부모님들을 진료하다 보면 치료시기를 놓친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허리통증을 참다가 결국 병을 키워서 온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부모님과 거주하지 않는 자녀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님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병을 알아채기 어렵다. 따라서 가끔 부모님을 찾아 뵐 때마다 표정을 잘 살피고 행동에 이상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척추관 협착증이란 노화로 인해 척추 주변의 뼈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압박되어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질환이다. 50대 이상 중노년층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며, 70대 이상 척추관 협착증 환자수는 44만4000명으로 이는 국내 전체노인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어르신들의 심각한 척추질환의 치료법이 수술뿐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술 없이도 협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비수술 치료법이 개발됐다. 내시경 레이저 수핵 제거술(PELAN)이 바로 그것이다.
내시경 레이저 수핵 제거술이란 옆구리 쪽으로 '가는 관'(카테터)을 삽입해 레이저로 치료하는 시술이다. 옆구리 쪽으로 특수 카테터 삽입 후 내시경으로 보면서 레이저로 튀어나온 디스크나 협착부위, 신경유착 등을 제거한다. 동시에 소형집게를 이용해 물리적으로도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모님께서 누워 있을 때 허리와 등 쪽의 통증으로 좌우로 돌아눕기 어렵고 일어서지 못한다면 척추압박골절일 가능성이 높다. 척추압박골절이란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낙상 등으로 인해 척추뼈가 골절되는 질환으로 팔이나 다리와 다르게 뼈가 납작하게 찌그러지는 형태가 된다.
대부분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노년층이나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 외부활동이 많은 시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낙상으로 쉽게 뼈가 골절될 수 있으며 넘어질 때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2차 골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에는 낙상이 아니라도 가벼운 짐을 들거나 재채기 등으로도 골절이 올 수 있다.
압박골절은 방치하면 통증이 극심하고 변형으로 허리가 굽어버릴 수도 있어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데 주저앉은 척추뼈에 골시멘트를 넣어 복원하는 척추성형술을 시행하게 된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허리가 건강한 노인이 장수한다고 한다. 보행이 편해야 활동량이 증가하고 심폐기능도 좋아질 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 생존율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님의 허리건강을 체크하고 치료해 드리는 것이야말로 자녀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겠다.
가까운 거리를 함께 걸으며 이상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부모님들에게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묵히면 더 심화되고 치료도 힘들뿐더러 비용과 치료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병원 선택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럴 때에는 가까운 척추전문병원을 방문하면 된다. 척추전문병원이란 국가로부터 척추분야의 치료 우수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병원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병원만이 척추전문병원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부모님은 세상에서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존재다. 어린 시절 아픈 나를 위해 밤새 뜬 눈으로 간호하던 그 마음을 떠올려 적어도 가정의 달이라는 5월만이라도 부모님의 허리를 꼼꼼하게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이병규 더조은병원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