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국 유학생 (12)
기사입력 2000년 04월 17일 14시 55분
윤명훈이 장미숙과 홍나미를 번갈아 즐기며 지내는 사이 세월은 빠르게 흘러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윤명훈은 어느날 저녁 홍나미와 만났다. 홍나미는 주로 오후에 만난다. 홍나미의 퇴근시간은 일정치 않다. 골프장 캐디는 새벽에 출근하는 날은 점심때쯤 퇴근하지만 오후에 출근하면 저녁때 퇴근한다. 그날은 홍나미가 오후에 근무했기 때문에 저녁에 만난 것이다.
둘은 성남 모란사거리 부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홍나미의 집이 성남이기 때문에 둘은 그곳에서 자주 만났다.
둘은 근처 한식당으로 옮겨 등심구이를 시켜놓고 소주를 한잔 했다. 술을 마시면 좀더 진한 성유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둘은 만나면 소주부터 마시는게 순서였다.
그리고 교외로 나가 어느 러브호텔로 들어갔다. 프런트가 물었다.
"쉬었다 가실건가요?"
러브호텔은 숙박료가 두가지다. 쉬었다 가는 `숏타임'과 하룻밤 묵고 가는 `롱타임'으로 구분된다.
"자고 갈겁니다."
카사노바는 시간에 구애받을 이유가 없고 홍나미는 다음날도 오후 출근이기 때문에 `롱타임'을 택한 것이다.
둘은 방에 들어가자 우선 맥주부터 시켜 나눠 마셨다. 시간이 충분하니 `합환주'를 좀더 마셔 진하게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한판승부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둘은 욕실로 들어가 서로 몸을 씻어줬다. 그리고 나와 TV를 켰다. 호텔측에서 틀어준 야한 비디오가 방영되고 있었다. 분위기를 띄우는데 최고였다.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이를 보면서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둘의 몸은 탱탱해졌다. 윤명훈이 홍나미의 위로 올라가는 순간이 벨이 울렸다.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잘못 찾아온 사람이겠거니 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데 이번에는 문을 쾅쾅 두드리며 "임검입니다. 문 좀 열어보세요"했다.
둘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윤명훈이 일어나 겉옷만 걸치자 홍나미는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보자"며 수화기를 집어들고 프런트에 물어보았다. 맞다는 것이다. 요즘 신창원 검거를 위해 임검이 자주 나온다고 했다.
윤명훈이 나가 문을 열자 정복차림의 경찰관 2명이 들어왔다. 경찰관은 경례를 붙이며 "죄송합니다. 잠시 검문하겠습니다"라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윤명훈은 무심코 주민등록증을 꺼내줬다. 경찰관은 무전기를 들고 어디론가 윤명훈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다. 그리고 잠시 교신을 하더니 "죄송합니다. 같이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했다.
"무슨 일이죠?"
"기소중지돼 있습니다."
이래서 윤명훈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정민숙의 고소로 기소중지된 것이었다. 그동안 집으로 출석요구서가 수차례 날아왔고 경찰관이 찾아오기도 했으나 몇달 동안 집에 연락조차 안하고 지냈으니 윤명훈으로서는 기소중지된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경찰에서 윤명훈의 행적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기에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그러나 학업에 뜻이 없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니며 바람만 피워 대학 진학을 못했다.
군에 다녀온뒤 뚜렷한 직업없이 놀다 친척이 운영하는 여행사에 들어갔으나 라스베가스 출장길에 업무를 팽개친채 슬러트머신에 푹 빠졌다 해고당하고 선배가 운영하는 유학원에서 일을 거들다 그만뒀다. 윤명훈은 결국 혼인빙자 간음 혐의로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
윤명훈을 담당했던 김모형사는 "요즘 카사노바들은 그냥 사칭만 하는게 아니라 그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기 때문에 여자들이 잘도 속아넘어간다"며 "오다가다 만나거나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이에 무엇을 믿고 몸을 허락하는지 요즘 여자들의 심리는 알고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