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국 유학생 (11)
기사입력 2000년 04월 16일 15시 14분
윤명훈은 즐거웠다. 장미숙과 홍나미 사이를 오가며 성유희를 즐기는게 일과가 돼 버렸다. 장미숙은 감미로웠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용돈을 두둑히 줬다. 그 돈으로 파워가 철철 넘치는 홍나미와 즐겼다.
두 `누님'의 치마폭에 싸여 지내는 재미에 정민숙과 남은희의 존재는 이제 까맣게 잊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미숙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오늘은 장미숙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며 옷을 이것저것 골라 잔뜩 멋을 부리고 향수까지 듬뿍 뿌리고 나섰다. 장미숙은 즐겁게, 아니 자지러지게 해 줄 수록 용돈이 더욱 두둑히 나오니 윤명훈으로서는 만날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몸을 흔들며 대문을 나서는데 왠 엽서가 한장 날아와 있었다. 여늬 엽서와 달라 고개를 갸우뚱하며 집어보았더니 경찰서에서 날아온 출석요구서였다. 섬뜩했다. 혼인빙자 간음혐의로 피소된 것이었다.
정민숙은 사흘이 멀다하고 연락하고 만나던 윤명훈이 한달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자 찾아나섰다. 아는 것은 핸드폰 번호뿐이었지만 이를 끈질기게 추적해 집을 알아냈고 윤명훈은 미국 유학생이 아니라 백수건달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인간에게 몸주고 용돈도 대줬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당장 고발하려고 했지만 혼사길이 막힐까봐 참았다. 일단 만나서 따지기라도 하려고 집앞에서 여러번 기다리기도 했으나 도통 만날 수가 없었다. 어느날은 밤늦게까지 기다렸는데 어디가서 어떤 여자와 놀아나는지 들어오지도 않았다.
자신은 이미 희생양이 됐지만 더이상 자신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법에 호소하게 됐던 것.
윤명훈은 출석요구서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을 나섰다. 아예 도피하기로 작정했다.
윤명훈은 장미숙을 만나 전과 같은 코스를 거쳐 서울 근교 러브호텔에서 성을 제공했다. 일을 마치고 벌거벗은채 나란히 누워있었다. 윤명훈은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장미숙은 윤명훈쪽으로 돌아누워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고민있어?"
"왜?"
"하는게 전과 같지 않은 것 같아."
"고민 없어."
"그럼 피곤해?"
"누나, 나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뭔데?"
"누나, 돈 좀 있어?"
"왜?"
"나 집에서 독립하고 싶은데 방 하나 얻어줄 수 없을까?"
"그래?"
장미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1주일에 두번씩 만나 러브호텔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방 한칸 얻어주고 필요할때마다 찾아갈 수 있다면 그게 더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피스텔 얻어주면 되는거야?"
"응, 그럼 최고지."
"내 알아볼게."
"고마워."
윤명훈은 활짝 웃으며 장미숙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질펀한 성서비스를 한번 더 제공했다.
장미숙은 약속대로 강남에 오피스텔 하나를 얻어줬다. 장미숙 소유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윤명훈은 몸만 들어가 살면 되는 것이었다.
장미숙은 오피스텔에 침대와 소퍼 등 가구를 들여놓았고 전화도 설치해줬다. 그리고 영업이 일찍 끝나면 곧장 오피스텔을 찾는 등 틈만 나면 들렀다.
둘에게는 행복한 세월이었다. 특히 윤명훈은 더 행복했다. 장미숙의 영업시간에는 홍나미와 데이트를 했다. 홍나미는 항상 밖에서 만났다. 오피스텔로 불러들였다가 자칫 흔적이라도 남아 장미숙에게 들키는 날엔 끝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여자를 상대로 즐기느라 자신이 피소돼 쫓기고 있다는 사실은 잊은지 오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