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호스티스 고학력자 몰린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4시 49분
술에 취해 Y담 등 저질농담이 판치던 룸살롱 등 밤의 세계가 수준높은 대화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톡옵션' `벤처 엑소더스' `하이일드(고수익) 펀드' 등 최신 경제용어가 막힘없이 통하고,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식 대화가 이뤄진다.
손님들이 영어와 한자성어 등 현학적인 용어를 섞어가며 아는체를 하고, 여종업들은 무심코 듣기만 하는 옛 술자리의 모습은 20세기의 풍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모 중소기업 영업부장인 최모씨(44)는 "술자리에서 다른사람이 어려운 경제용어를 사용할때면 파트너에게 무슨 뜻인지 몰래 물어볼 정도"라며 "손님들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혀 술자리가 토론장으로 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룸살롱 등 술집 여종업원들의 학력이 대거 업그레이드 됨에 따라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으로 술집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전에도 여대생이나 대학졸업자 등 고학력 여성들이 있었으나 최근의 고학력 여성들은 미모뿐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교양까지 갖춰 대화의 수준이 자연스레 향상되고 있다.
이들 고학력 여성들은 주로 자신의 전문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아르바이트제로 가끔씩 근무하는 것이 특징으로 2차를 나가기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K룸살롱의 경우 10여명의 여종업원중 대학졸업후 아르바이트로 중고생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키는 K양(27)을 비롯해 메이커업 아티스트인 B양(25), 종합병원 간호사인 L양(26) 등 절반 가량이 대졸이상의 `자칭' 고학력 아르바이트생이다.
강남의 L단란주점의 경우 석사출신으로 학원강사, 대학원생, 미국 대학 유학생 출신 등 고학력 아르바이트 여종업원이 1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직업을 당당히 밝히고 전공은 물론 출신학교까지 거리낌없이 말할정도로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마저 갖고 있다.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룸살롱에 주 2회 아르바이트를 나간다는 K모양(24)은 "술좌석의 분위기를 돋워주는 일종의 `도우미'로 생각한다"며 "손님들도 `머리가 빈' 미인보다는 말이 통하는 대화상대자를 많이 찾고 있어 일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