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권명철, 해태전 선발승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4시 29분
SK 권명철(31)은 13일 광주 해태전이 끝나자 감격의 눈물을 곱씹었다. 떠올리기도 싫은 지난 2년. 아픔의 종지부를 찍는 부활피칭이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권명철은 이날 5⅓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며 선발승을 올렸다. 지난 98년 5월7일 OB(현 두산)시절 잠실 LG전이후 무려 1년 11개월 6일만에 첫 승.
화려하던 권명철의 프로인생은 95년을 고비로 바뀌었다. 95년 15승8패에 방어율 2.47. OB의 한국시리즈 우승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슬럼프로 97년엔 3승(2패), 98년엔 1승(3패)에 그쳤다. 급기야 98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태 최훈재 이재만과 1대2 맞트레이드로 호랑이 유니폼을 입었다.
이를 악물고 재기를 노렸지만 지난해 시범경기서 오른쪽발목 골절로 또다시 주저 앉고 말았다. 우여곡절끝에 지난달 신생팀 보강선수로 SK로 이적했다. 부상으로 겨울전지훈련에도 못갔지만 나름대로 구슬땀을 흘려 체력이 든든하고 쉼없는 러닝으로 하체를 단련했다.
인천고→인하대를 졸업한 인천 토박이. 고향팀으로의 복귀여서인지 특유의 슬라이더가 95년처럼 잘 `긁힌다'. 13일 경기서도 최고구속이 시속 143㎞를 기록했다. 전성기의 구위를 찾았다는 증거. 지금은 투구수가 100개를 넘기기 힘들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완투도 문제없다고 말한다.
심신의 고통은 권명철에게 `시련'을 줬지만, 그는 세월을 통해 아픔을 `기회'로 바꾸는 법을 배웠다.
[박재호 기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