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들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28분
꽃잎이 눈발처럼 흩날린다. 꽃눈이다. 희고 붉은 꽃잎이 머리에, 어깨에 쌓인다. 즈려 밟고 걷다보면, 꿈결인 듯 딴세상인 듯 황홀경에 빠져든다. 세상사 시름을 훌훌 잊는다.
서울에 마침내 벚꽃이 활짝 피었다. 꽃나들이 나서보자. 집안에만 있기에는, 봄볕도 바람도 너무 아깝다. 만발한 벚꽃 터널을 거닐며 봄을 만끽한다.
여의도 윤중로, 남산길, 놀이공원…. 이곳에 가면 벚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멋진 추억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들이다. 이번 주말 본격 벚꽃축제가 시작된다.
첫손에 꼽히는 벚꽃길은 여의도 윤중로. 30∼40년생 벚나무 1400여 그루가 서울 도심을 별천지로 바꿔놓는다. 5.7㎞에 이르는 구간 중 마포대교∼KBS길이 특히 환상적. 걸어서 둘러보는데 1시간 쯤 걸린다.
꽃망울이 막 터지기 시작한 지난 11일 오후. 윤중로는 벌써 봄맞이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손잡고 산책나온 아이와 엄마들, 중년 부부, 팔짱 낀 젊은 연인들이다. 모두들 벚꽃처럼 환한 표정이다.
한강 건너 마포구 도화동에서 온 주부 김미경씨(33). "세 살, 여섯 살짜리 아이들과 바람 쐬러 나왔는데 너무 아름답다. 서울에서 이런 꽃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연신 웃는다.
영등포구에서는 이곳에서 20일까지 벚꽃축제를 펼친다. 예상인파는 무려 250만명. 이 기간 중 서강대교 남단∼파천교 북단은 교통이 전면 통제된다. 한강시민공원, 한강과 연결돼 있어 운치를 더하는 것도 매력이다.
남산길도 둘째 가라면 서럽다. 코스는 두 갈래. 남산시립도서관 옆 남산공원 정문에서 식물원까지(약 200@), 과학교육관에서 국립극장으로 이어지는 북측 순환로(3.5㎞)로 나뉜다.
푸른 숲과 어우러진 꽃터널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서울타워, 국립극장, 자동차극장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좋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에 좋다.
놀이공원에도 벚꽃들이 만개했다.
먼저 능동 어린이대공원. 1200여 그루의 아름드리 벚나무가 장관을 연출한다. 튤립, 개나리, 진달래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다투어 핀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매혹적이다.
다음달 7일까지 야간 봄꽃 축제가 열린다. 벚나무 주변엔 조명을 장식했다. 화려한 불빛에 비친 벚꽃이 숨막힐 듯 아름답다. 전통국악한마당, 시민노래자랑, 리틀엔젤스 공연, DDR경연대회, 각종 미술대회도 열린다.
용인 에버랜드도 멋지다. 호암미술관 앞 호숫가는 연분홍 벚꽃이 이색적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가로운 게 매력. 40년생 겹벚나무와 능수벚, 수양벚, 산벚, 왕벚 등 5천여 그루가 화사함을 뽐낸다.
잠실 석촌호수는 롯데월드와 한 묶음으로 즐길 수 있다. 산책로와 조각공원 벤치, 조깅코스가 갖춰져 있다. 밤벚꽃놀이가 일품이다. 18일까지 `호반의 왕벚꽃잔치'를 여는 서울랜드도 벚꽃을 감상하기에 손색없다.
[임정식기자 d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