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같은 목가적 삶 화면 가득 EBS'하나뿐인 지구'
기사입력 2000년 04월 12일 14시 21분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한번쯤은 흙과 함께 자연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
전남 화순의 깊은 산골짜기, 이곳에선 손수 흙집을 짓고 생활하는 `농촌살이꾼' 김재철씨와 그의 제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좁은 책상 앞에서 책과 씨름하는 대신 겨울에는 죽염을 굽고 여름에는 농사와 천연염색, 버섯을 키운다. 흙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일도 삶의 즐거움중 하나다.
17일 방영될 EBS TV `땅이 말하는 귀농일기'(연출 김광범)는 도시인들이 꿈꾸는 목가적인 생활상을 흠뻑 적셔준다.
90년 이후 10년째 방영중인 환경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농촌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이들의 삶을 통해 훈훈한 시골인심 등 경쟁과 자본의 논리에 밀려 잊혀졌던 우리의 향수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대나무 살을 대고 양쪽에 흙을 다져 붙인 `심벽' 형태의 흙집과 사랑방 겸 아궁이 형태의 난로, 톱밥과 효소를 이용한 냄새나지 않는 `뒷간' 등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겐 특별한 볼거리.
작위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찍은 촬영기법도 자랑거리다. `인위적인 연출'을 최소화해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겠다는 연출진의 의도가 깃들어있다.
출연 당사자들에 대한 인터뷰도 가능한 자제했다. 스스로를 `농촌살이꾼'이라고 말하는 김재철씨의 "먹을 만큼 농사짓고, 사심없이 서로 도우며 사는게 좋다"는 얘기는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들린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연출진은 "`돈을 벌겠다거나 단지 전원생활이 좋아서'라는 환상을 가지고 농촌생활을 동경하면 곤란하다"고 단서를 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강일홍 기자 e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