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향한 분노의 창구 영화'고스트독'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5시 51분
80년대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짐 자무쉬의 `고스트독'은 그의 전작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길 밖에 서 있는 아웃사이더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귀신(Ghost)처럼 해치우고, 개(Dog)처럼 충성하는 킬러 고스트독(포레스 휘태커). 비둘기들을 벗삼아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간다. 일본 고서 `사무라이의 길'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 고스트독은 어린 시절 자신을 갱들로부터 구해준 마피아 루이만을 주군으로 섬긴다. 그러나 내분을 우려한 마피아가 고스트독을 제거하려고 하자, 루이의 배신에 분노한 고스트독은 `사무라이의 길'이 이르는 대로 복수를 시작한다.
전작 `천국보다 낯선'에서 미국 사회에 대한 냉소 속에서 인디언의 초월적이고 명상적인 세계를 이야기했던 자무쉬는 `고스트독'에선 사무라이 정신을 통해 미국 사회가 잃어버린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 대한 냉소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고스트독'은 자무쉬의 전작들에 비해 훨씬 가벼워졌고, 희망을 보이기까지 한다.
영어밖에 모르는 고스트독과 불어밖에 못하는 아이스크림 장사 레이몽이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장면. 고스트독이 "레이몽, 난 처리할 일이 있어 가야겠어"라고 영어로 말하면, 레이몽은 "처리할 일이 있어 가야할 모양이군"이라고 불어로 말하고, 죽음을 결심한 고스트독이 자신이 아끼던 옷을 주며 "좀 크긴 하지만 줄여 입으면 될거야"하면 레이몽은 "줄여 입으면 괜찮겠지?"하면서 `소통'을 한다.
영화 전편에 걸쳐 등장하는 `라쇼몽' 또한 인간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영화 속에서 책 `라쇼몽'은 보스의 딸 루이즈에게서 고스트독, 책벌레 소녀 펄린에게 전해지고, 다시 고스트독에게서 마피아 루이에게 갔다가, 마지막으로 루이즈에게 돌아가며 주인공들의 완벽한 `단절'을 막는다.
`데드맨'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뉴욕 비평가 협회 최우수 촬영감독상을 수상한 로빈 뮐러가 색채감 넘치는 화면을 선사한다. 여기에 RZA의 감칠맛 도는 힙합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다. 99년 칸 국제영화제 본선 진출작.
[전상희 기자 frog＠] (22일, 서울 시네코아 강변 CGV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