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판 용병들 세상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3시 45분
프로야구 개인기록 순위표의 꼭대기가 `알파벳'으로 꽉 찼다.
이제 겨우 팀당 5게임씩 치렀을 뿐인데 벌써부터 외국인선수들이 판을 말아먹을 기세다. 이렇게 되면 왠지 삭막하고 무시무시한 냄새가 난대서 자제하고 있는 `용병'이란 표현을 일부러라도 쓰고 싶어진다.
특히 타격 부문은 완전히 외세에 점령당했다. 타율은 1∼3위를 포함해 10걸 내에 6명의 외국인선수가 우글거린다. 홈런, 타점, 안타 등 나머지 주요 부문도 사정은 다를게 없다.
이런 분위기는 현대 퀸란과 삼성 프랑코가 주도한다. 둘다 처음 밟는 한국무대지만 적응기도 탐색전도 필요 없었다.
퀸란은 10일 현재 타격, 홈런, 타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 등 타격 6개 부문 1위다. 한게임 홈런 3방이 두번 나왔고, 불과 4게임만에 홈런 7개를 뿜어냈다. 강한 어깨가 뒷받침된 3루 수비까지 확실하다.
메이저리그 타격왕 경력의 프랑코 역시 타격, 타점, 안타, 출루율 등에서 퀸란에 이어 2위를 달리며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를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선수들이 기를 못 펴던 마운드도 올해는 다르다. 개막전 승리를 거둔 LG 해리거나 두산 파머는 자타가 공인하는 팀내 1번 선발.
올해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처음으로 트라이아웃을 거치지 않고 자유 선택으로 뽑은 결과. 사실 프랑코 같은 경우는 트라이아웃을 했더라면 얼굴도 못봤을 선수. 1년 내내 인재를 물색할 수 있는 정보력과 재력을 갖춘 현대와 삼성이 특히 재미를 보는게 이를 뒷받침한다.
일선 감독들은 "외국인선수 1명이 국내선수 5명을 죽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선 어정쩡한 국내선수 5명보다 확실한 외국인선수 1명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