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천, 시범경기서 152km 총알투
기사입력 2000년 04월 05일 13시 42분
모두들 "기계가 고장난거지…"하고 농을 걸었다. 본인도 그게 맞을거라며 그냥 히히덕거리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날 잠실구장의 스피드건은 분명히 이상무였다.
두산 이혜천(21)이 잠실구장 전광판에 찍은 `152㎞'가 개막을 맞는 팀에 즐거운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LG와의 서울라이벌전에서 이혜천은 152㎞의 강속구를 꽂아 눈을 의심케 했다.
기계에 따라 최고 5㎞까지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이날만은 `만장일치'였다. 잠실구장의 공식 스피드건과 두산 스피드건은 152㎞, LG쪽 측정치는 153㎞.
잠실구장 개장 이후 종전 최고스피드는 선동열이 해태 시절 수차례 찍었던 151㎞. 그 기록을 겁없는 고졸 3년생 이혜천이 깼다.
왼손투수의 공은 체감속도가 3∼4㎞가 높아진다는건 상식. 타자들은 그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길 바라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경필 박명환 강병규 등 지난해 1∼3선발이 동시에 사라져 사상 최악의 선발진으로 시즌을 맞는 김인식 감독이지만 그다지 당황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든든한 허리의 대표 이혜천을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슬라이더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다가 몸쪽에 직구를 꽂는 단조로운 공배합. 올시즌은 구속이 3㎞ 이상 빨라진데다 체인지업과 바깥쪽 직구를 더해 메뉴도 다양해졌다.
"2이닝 정도는 계속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혜천이 있는한 두산과 맞붙는 팀은 5회 이전에 승부를 거는게 유리할듯 하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