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시즌 맞아 각지역 관광상품 행사 봇물
기사입력 2000년 03월 28일 13시 07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동안 붉은 꽃은 없다)이라고 했던가.
꽃이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처절하리만큼 짧은 수명 때문이다.
겨울 삭풍을 견디며 속으로 봉오리를 키워오다 봄이 오면 한순간에 피어나지만 이튿날 한줄기 바람에 지고마는 `단명(短命)의 미학'.
화려하면서도 생명이 짧은 꽃의 대표격인 벚꽃이 남쪽나라 제주도로터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기상청의 올해 벚꽃 개화 예상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귀포에서 시작된 벚꽃전선은 이달 말 부산에 상륙한 뒤, 다음주 광주, 전주를 물들이고 4월 중순에는 춘천, 철원까지 북상한다. 서울은 지난해보다 나흘 늦은 4월 12일쯤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X표 참조〉
벚꽃 피는 것을 놓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예상하는 것은 개화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피었나 싶었는데 바람이라도 불면 장렬한 꽃비를 내리면서 사그라진다. 그래서 1년에 한번뿐인 벚꽃 소풍을 즐기려면 꽤나 부지런하고 정확해야한다.
벚꽃의 북상과 함께 벚꽃을 테마로한 각 지역의 관광상품도 쏟아져나오고있다.
올해로 38회째를 맞는 진해 군항제가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며 42㎞의 벚꽃 터널로 유명한 전주 군산간 국도변에서 벌어지는 벚꽃축제는 4월 4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4월 5일부터 15일까지는 강릉 경포대에서 봄맞이 축제가 개최되며, 제9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4월 8일 열린다. 지리산자락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4월 8,9일 이틀간, 정읍IC에서 내장산까지 20㎞의 벚꽃길을 중심으로 열리는 정읍 벚꽃놀이는 4월 15일쯤으로 예정돼있다.
▲벚꽃 이모저모
벚꽃은 우리 토종꽃. 그러나 일본인 학자에 의해 학계에 보고된데다 일본의 국화로 추앙된게 화근이 되어 정작 우리나라에선 우리 꽃으로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96년 벚나무의 원조 왕벚나무가 한라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이후 벚꽃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
벚나무는 꽃뿐 아니라 6~7월에 익는 붉은색 버찌도 아름답다. 일본인들은 벚꽃만큼이나 버찌를 좋아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수입까지 하는데 그렇게 소비되는 버찌가 1년에 1만5000톤이나 된다.
벚꽃은 피는 것 못지 않게 지는 모습이 꽃눈이 내리듯 아름다운데 2~3일의 짧은 기간에 몽땅 저버린다. 일본인들이 벚꽃을 좋아하는데는 `인생도 짧고 굵게 사는 것이 좋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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