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롯데 춤꾼' 기론의 못말리는 대낮댄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7일 14시 48분
롯데가 수억원을 쏟아부어 겨우내 새단장을 한 사직구장 라커룸. 식당이며 회의실이며 으리으리하게 달라져 선수들의 기분이 한껏 고조돼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룸 역시 꼬부랑 할머니도 뛰어들어가 100㎏짜리 바벨을 들어올리고 싶을 만치 삐까번쩍하다.
그 웨이트 트레이닝룸에서 매일같이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사건의 주인공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흑인투수 기론(28). 점심시간만 되면 웨이트 트레이닝룸이 그의 `댄스 교습소'로 바뀌는 것이다.
싹 달라진 시설에 흥이 났는지,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건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기론의 댄스는 점심을 먹고나서 시작된다. 숟가락 놓기가 무섭게 웨이트 트레이닝룸으로 달려가서는 먼저 통통튀는 라틴계 음악부터 튼다.
그리고는 곧장 현란한 스텝. 누가 운동을 하고 있건, 물리치료를 하고 있건 눈 하나 깜짝않고 부지런히 발을 놀린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동료들의 웃음보가 발작을 일으킨다.
한데 춤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신바람이 나서 흔들어대기는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극히 자연스럽고, 세련돼 있다. "나이트클럽 가면 쥑여준다"는 게 투수 손민한의 귀띔.
`기론의 낮춤'은 30분 이상 계속된다. 이진오 트레이너는 "처음엔 말렸으나 이젠 포기했다"며 기론을 힐끔 쳐다보더니 또한번 자지러진다.
문제는 혼자 추고 마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끌어들여 `춤고문'을 한다는 데 있다. 16일엔 최용락 매니저가 걸려들었다. 탱고를 가르쳐 준답시고 최매니저를 끌어안고 `한바퀴' 돈 것이다.
뭘 어떻게 골탕을 먹였는지 최매니저는 연신 기론의 뒤통수에다 눈을 흘긴다.
정작 기론은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없고, 표정도 없다. 그저 부지런히 엉덩이만 흔들 뿐이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
